여야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2년 동안 외면해온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도 부랴부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19일 회의를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본회의에 법안 상정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정부가 제안한 산안법 전부개정안과 개별 의원이 발의한 일부개정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21일 공청회를 열어 노동계와 경영계 등 전문가 의견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소위원장을 맡은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적 관심사가 높고 우려도 많은 만큼 여야 3당 원내대표들도 이 부분은 바로 처리해주지 않겠느냐”며 “노동자 안전과 보건에 대한 보호를 두텁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안에는 원청 업체가 위험한 작업을 하도급 업체로 떠넘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안전이나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케 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산재 사망에 대한 처벌 강화, 하도급을 금지하는 작업 범위 등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 법안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추가 대책을 내놨다. 우선 원자력·수력·화력 등 전기업종도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관리 적용 업종에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차원이다. 정부안은 납이나 수은 등 유해한 중금속을 사용하는 업무의 경우에만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제2의 김씨’를 보호할 수 없다.
이와 함께 하도급 업체의 산재 현황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반영하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조키로 했다. 발전 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체도 구성할 계획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발전 부문은 회사별로 정규직화 논의의 속도가 다르다. 특히 고 김용균씨의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은 굉장히 느리다”며 “사별 논의 속도를 고르게 하기 위해 통합협의체를 추가로 구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뒤늦게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야가 상대 탓만 하며 법안 처리를 미룬 것을 두고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청년들과 비정규직은 죽음으로 작업장의 위험을 경고했지만 정치권은 자신의 책임을 방기했다. 국회가 이번에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참사의 가해자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정치권, 2년간 외면했던 ‘위험 외주화 방지법’ 챙기기, “27일 처리”
입력 2018-12-2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