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변인 “조국에게 물어봐라, 박형철에게 물어봐라”

입력 2018-12-20 04:01

청와대 대변인은 고된 자리다. 그래도 이런 방식은 잘못됐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실 수사관(6급)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좀 과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이런 비판에 대해 “왜 저라고 그런 문제의식이 없었겠느냐”며 “김 수사관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때문에 알면서도 (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요컨대 김 수사관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표출한 것이고, 더 좁히면 보수언론을 겨냥한 말이다. 그러면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 언론이 김 수사관의 말에 휘둘려 왔다”고 비판하고 “앞으로는 (공보라인인) 저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아니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개별 취재해 달라”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의 춘추관 방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그건 조 수석에게 물어봐 달라”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리다. 청와대 행정관부터 실장급까지 500여명의 근무자는 제각각의 생각을 갖고 있고, 이를 인용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청와대는 “공식 라인을 통해 확인해 달라”고 당부해 왔다. 김 대변인과 윤 수석이 매일 아침 문재인 대통령과 티타임 회의를 갖는 것도 청와대 전체 업무를 파악하고,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런 청와대 대변인이 가장 뜨거운 현안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민간인 사찰 논란까지 제기돼 ‘청와대의 정통성이 걸린 문제’라고 규정했으면 오히려 대변인이 전권을 쥐고 사실을 파악해 언론과 시시비비를 다투는 게 맞다. 전업 대변인 제도가 생긴 이유다.

청와대 대응이 잘못됐다는 보도들은 대변인 개인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특감반 대응 과정에서 구멍이 많았던 청와대 협업 구조를 비판한 것이다. 박 비서관도 최근 사안이 커지자 직접 언론 응대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김 대변인과 박 비서관 사이 해명이 엇갈리는 경우들이 일부 있었다. 그렇다면 ‘민정수석실에 물어봐라’고 하기 전에 청와대 협업 구조를 점검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민감한 사건 대응에 힘이 들겠지만 브리핑이 너무 사견화(私見化)되고 있다는 생각도 지우기 어렵다.

청와대 공보 시스템도 손볼 필요가 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모든 행사에 참석하느라 시간이 없고, 윤 수석은 내부 회의와 정책 업무가 산적해 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김정숙 여사 일정과 청와대 방송을 주로 담당한다. 외교·안보와 경제 문제 등 주요 현안을 공식적으로 취재할 기회는 김 대변인 정례 브리핑뿐인데 “정보가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답변이 잦다. 개별 취재로 보도하면 그제야 자초지종을 확인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는 실정이다.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강준구 정치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