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재판정에서 판사로부터 비수 같은 꾸지람을 들었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나왔다. 3성 장군 출신으로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지낸 플린은 러시아 측과의 접촉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에밋 설리번 판사는 플린을 향해 “당신은 나라를 팔아먹은 것과 다름없다”고 혼쭐을 냈다. 이어 “당신의 범죄행위에 나의 역겨움과 경멸을 숨기지 않겠다”며 “정부 고위관리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한 것은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설리번 판사는 이어 “당신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면서도 미등록 외국 요원처럼 활동했다”며 “성조기가 상징하는 모든 가치들을 무너뜨렸다”고 불호령을 내렸다.
플린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진술했다. 그는 “FBI에 거짓말하는 것이 범죄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플린은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트럼프 행정부 인사 중 유일하게 혐의를 시인하며 감형을 바라는 상황이다.
설리번 판사는 변호인 요청에 따라 예정됐던 선고를 연기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도 수사에 상당한 도움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플린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말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플린 붙잡기’ 짝사랑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판 전 “법정에 나갈 플린 장군에게 행운을 빈다”는 트위터 글을 올리며 응원했다. 플린은 2016년 12월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주미 러시아대사와 접촉했던 사실이 들통 나 취임 24일 만에 낙마했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 전인 2015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 사업의 러시아 진출을 위해 직접 사인한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러시아 측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을 문건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한 회사와 모스크바 심장부에 트럼프그룹의 트럼프타워와 호텔, 상업시설 건설 방안에 대해 협상을 진행했다. 사인을 교환한 상대방은 러시아의 한 부동산 투자회사 소유주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선재단인 ‘도널드 트럼프 재단’은 문을 닫는다. 뉴욕주 검찰은 거액의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재단이 해산하고 남은 자산을 다른 비영리단체에 나눠주기로 트럼프 재단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나라 팔아먹었다”… 판사에게 혼쭐난 플린
입력 2018-12-19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