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원도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으로 보일러를 지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보일러 몸체와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연통 사이에서 다량의 연기가 누출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숨진 3명의 학생들의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치사량을 웃도는 일산화탄소가 검출돼 사고 원인이 보일러 배기가스라는 점이 확실해지고 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강릉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과수의 혈액 검사 결과 숨진 학생들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48%, 55%, 63%로 치사량 40%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왔다”며 “현재 보일러와 연통이 어긋나 있는 부분과 관련해 연통이 왜 어긋나게 됐는지 원인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과수,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현장에서 보일러 가동 시험을 해본 결과 보일러와 연통이 어긋난 사이로 다량의 연기가 누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보일러실에는 가스누출 경보기도 없었다.
김 서장은 “보일러와 연통의 연결 부위가 실리콘 등으로 봉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최대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가스보일러를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원주기독병원과 강릉아산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7명 가운데 일부의 상태가 호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아산병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사고를 당한 학생 중 1명의 의식이 돌아온 데 이어 1명이 추가로 의식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응급센터장은 “오늘 오전에 2차 고압 치료를 끝낸 한 학생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호전된 상태”라며 “또 다른 한 명도 일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상태이며, 다른 두 명은 여전히 의식이 떨어진 상태지만 통증 반응이 더 명확해지고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의식이 호전된 한 학생은 보행이 가능해지는 등 몸 상태가 좋아져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강릉아산병원은 의식을 차린 2명을 상대로 심리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한 환자 5명 가운데 4명은 현재 자가호흡이 가능한 상태다. 나머지 1명은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한 학생 2명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강원도, 강릉시 등 10개 기관으로 꾸려진 강릉펜션사고수습대책본부 본부장인 김한근 강릉시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 유관기관이 긴밀하게 협의해 환자·보호자 지원을 최우선으로 사고수습에 나서겠다”며 “가족별로 전담 직원을 배치해 지원반을 운영하고 심리적 안정 등을 돕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 1시12분쯤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단체 숙박 중이던 학생 10명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업주가 발견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학생 3명의 시신은 19일 오후 소방헬기를 이용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이날 오전 사고 학생 학부모들은 사고대책본부를 통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장례도 최대한 간소하게 조용히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릉=서승진 안규영 기자 sjseo@kmib.co.kr
[강릉 펜션 참사] 고압산소 치료 7명 중 일부 호전, 2명은 간단한 대화
입력 2018-12-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