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잇따라 교회를 폐쇄하고, 신도들을 무더기 체포한 데 이어 크리스마스 선물 판매와 행사까지 금지하고 나서는 등 종교 탄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 랑팡시는 최근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도시 전역의 상점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거나 장식하는 등 판촉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명보 등이 19일 보도했다.
랑팡시는 통지문에서 “크리스마스트리나 양말, 화환, 산타클로스 인형 등을 판매하다 걸리면 처벌받을 수 있다”며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나 판촉행사를 하는 것도 엄격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랑팡시는 또 공원이나 광장에서 종교를 전파하는 사람을 보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 금지 이유는 “사회의 안정 유지”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방의 교육 당국은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크리스마스 축제를 금지하고,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활동 참여는 물론 선물도 주고받지 말도록 계도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2월에는 주요기관, 대학,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에 성탄절 활동 참여 금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공청단은 후난성 난화대 공청단 학생들에게 성탄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행동수칙에 서명하도록 했다. 후난성 헝양에서도 당원의 종교행사 개최 금지와 당 간부 직계가족의 성탄절 행사 참석을 금지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크리스마스 전야의 흥겨운 분위기를 전하는 등 성탄절에 적대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창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올 2월부터 ‘종교사무조례’가 시행되면서 종교 탄압이 전방위로 확산됐다.
중국은 최근 대도시의 지하교회들을 잇따라 폐쇄하며 ‘종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엔 남부 광저우의 지하교회인 룽구이리교회에 경찰과 공무원 60여명이 들이닥쳐 4000여권의 책과 재산 등을 압수했다. 앞서 9일에는 청두의 추위성약교회를 급습해 목사와 신도 등 100여명을 체포했다. 지난 9월 신도 수 1500여명의 최대 지하교회인 베이징의 시온교회도 폐쇄했다. 허난성에서는 성내 교회 4000여곳의 십자가가 무더기 철거됐다. 미국 인권단체 ‘차이나 에이드’에 따르면 올해 구금된 중국 내 기독교인 수는 1만여명에 달해 3000여명이었던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섰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크리스마스 선물과 행사 금지” 어둠에 묻힌 차이나의 밤
입력 2018-12-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