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 인구는 올 11월 현재 16만7000여명이다. 이들 중 5000여명이 당진동일교회 등록 성도다. 이수훈 목사가 1996년 비닐하우스를 치고 개척한 교회로, 22년 만에 주일예배에 3000명의 성도가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성도수보다 더 놀라운 게 있다. 성도들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하다. 어떻게 젊은이들로 가득한 교회가 됐을까. 비결은 간단하다. 교회가 아이들을 봐주고 공부시키고 올바른 인성까지 심어준다. 젊은 엄마 아빠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지난 17일 저출산 고민을 극복한 당진동일교회를 찾아갔다.
보육에 교육, 인성 교육까지
교회는 18년째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한 ‘비전스쿨(Visionary Christian Academy)’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에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수업이 끝난 아이들 240여명을 버스에 태워 교회로 데리고 온 뒤 밤 8시30분까지 돌본다. 인근 7개 초등학교 학생 중 12% 이상이 비전스쿨에 다닌다. 이 아이들은 학원 대신 교회로 오는 셈이다.
보육만 하지 않는다. 비전스쿨은 아이들을 믿음이 좋고 정직하며 성실하고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영어는 원어민 교사가 일상 대화하듯 가르친다. 매일 영어예배도 드린다. 방학엔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뽑힌 원어민 자원봉사자들이 한 달간 비전스쿨에서 아이들과 지낸다. 자원봉사자들은 한국문화 체험과 봉사의 기회를 갖고 아이들은 생생한 영어교육과 함께 외국인 형 누나를 얻게 된다. 지금까지 비전스쿨을 거친 영국 자원봉사자만 200명이 넘는다. 이 목사는 “비전스쿨을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 원어민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된다”고 자랑했다.
수학과 음악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등 악기 한 개 이상을 다룰 수 있도록 가르친다. 노는 것도 프로그램이다. 부모나 또래에게서 배울 수 없는 사회성을 기르게 하려는 것이다. 매주 수요일은 노는 날이다. 1~6학년 전체가 하루종일 진이 빠지도록 어울려 뛰어논다.
“비전스쿨 있어 출산 고민 사라져”
토요일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마을별 토요학교를 열고 자원봉사나 역사탐방 등을 시행한다. 이 목사는 “휴일에 주님 앞으로 오는 성도들이 현저히 줄고 있다”면서 “토요일을 잡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회 성도들에게 저출산은 남 얘기다. 비전스쿨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안심하고 둘째 셋째를 낳는다.
영순(37·여)씨는 남편 직장을 따라 포항에서 당진으로 왔다. 아는 사람이 없고 두 딸의 교육 문제도 고민이었는데 교회를 다니면서 걱정이 사라졌다. 이씨는 “포항에선 자녀들이 매일 학원으로 뱅뱅 돌았는데 지금은 교회에서 공부를 한다”며 “영어로 예배를 드리고 교회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여기가 천국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진을 떠날 생각이 없다. 아이 키우는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셋째도 낳았다. 그는 “셋째는 계획에 없었는데 교회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 마음을 바꿨다. 주님의 축복인 아이를 믿음 넘치는 곳에서 키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웃었다.
이수훈 당진동일교회 목사 “아이들 돌봄을 넘어 국가가 원하는 인재로 자라게 해야”
이수훈(사진) 당진동일교회 목사는 지난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아이를 돌보는데 그쳐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아이의 인성 교육은 물론 국가가 원하는 인재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국의 교회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교회의 미래세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목사는 우선 아이들이 주일예배 때에만 교회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엄마 아빠 손 붙잡고 주일에 2시간 예배만 보고 가는 아이들에게 교회가 제대로 된 영성을 불어넣기 힘들다”면서 “교회에 머무르는 절대적인 시간이 적으니 믿음이 자라기 어렵다. 그렇게 머리가 굵어지면서 아이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교회를 떠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365일 주일학교’의 예를 들었다. 이 목사는 “주일에만 교회를 나오는 아이는 엄마 아빠가 모두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성인이 돼 교회에 나올 확률이 5%도 안 된다”면서 “미래세대인 아이를 붙잡기 위해선 평일과 토요일에도 크리스천 가족들의 발길을 교회로 돌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5일제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사회 변화에 교회가 발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교육과 함께 인간관계를 배우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 목사는 “전국 방방곡곡엔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프라인 교회가 있다. 시설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고 인재도 확보돼 있다”면서 “교회는 아이들을 잘 기르고 국가가 그런 교회를 지원한다면, 국가와 교회 모두 상생하고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교회가 아이들을 잘 키우니 안심하고 둘째, 셋째 낳는다
입력 2018-12-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