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용어 바로 알기] 크리스마스는 성탄절로

입력 2018-12-20 00:03

1914년 12월, 벨기에의 이프레부터 프랑스의 라바세 운하에 이르는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영국·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은 1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지만 추운 전장에도 어김없이 성탄절은 찾아왔다. 이때 영국의 한 병사가 백파이프로 성탄 케럴을 불기 시작했고, 독일 병사들이 이것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양측 진영은 함께 어울려 케럴을 부르기도 하고 축구 경기를 하며 1914년 12월 25일 하루 동안 휴전을 선포했다. 기적 같은 이 일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크리스마스의 휴전’(Christmas Truce)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전쟁이 동방정교회 지역에서 일어났다면 다른 이야기로 기록됐을 것이다.

지구상에는 두 개의 성탄절이 존재한다. 하나는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이 지키고 있는 12월 25일의 성탄절이고, 또 다른 하나는 2억5000만 명의 동방정교회가 지키고 있는 1월 7일의 성탄절이다. 이렇게 두 개의 성탄절이 생긴 이유는 로마 가톨릭(1582년 이후)과 개신교(1752년 이후)가 그레고리력을, 동방정교회가 율리우스력을 교회력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날짜의 성탄절보다 더 깊게 숙고해야 할 문제는 ‘크리스마스’라는 말이다. 크리스마스는 ‘Christus’(그리스도)와 ‘massa’(모임)라는 라틴어 합성어에서 유래됐다. 로마 가톨릭이 ‘그리스도’(Christ)와 예배 의미인 ‘마스’(mas)를 합쳐서 ‘크리스마스’로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크리스마스의 뜻은 ‘성탄을 기념하는 예배’라는 의미이다. 만약 크리스마스 예배라고 한다면 ‘성탄예배 예배’라는 의미가 된다. 동방과 서방의 서로 다른 교회력으로 인해 성탄절은 12월 25일로 끝나지 않는다. 1월 7일까지 13일 동안 계속 기독교의 절기로 지켜지고 있는데, 이 또한 크리스마스보다는 성탄절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상윤 목사 (한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