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도, 집 한 채 없는 사람도 정신없긴 매한가지였다. 부동산 안정에 사활을 건 정부의 연이은 역대급 규제가 1년 내내 쏟아졌다. 정부와 시장, 매도자와 매수자,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힘겨루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됐던 비정상적 부동산 가격 폭등은 9·13 대책을 기점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3기 신도시 발표를 시작으로 연말·연초 재차 ‘묘책’을 쏟아낼 기세다.
올 한 해 부동산 시장 주요 이슈를 되짚어보고, 내년 시장을 전망해본다. 슬픈 예감은 늘 틀리지 않듯 2019년 부동산 시장도 조용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부동산114는 ‘2018 부동산 시장 10대 이슈’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활과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압박 카드를 첫손에 꼽았다. 연초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재건축 규제였다. 8·2 부동산 대책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에 이어 6년 만에 부활한 재초환에 따라 조합이 얻는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 10~50%가 부담금으로 부과됐다. 정부가 공개한 예상 부담금은 서울 강남권의 경우 최고 8억원에 달해 재건축 진행이 난항을 겪거나 ‘1대 1 재건축’ 등으로 방향을 트는 단지도 속출했다. 더불어 재건축 첫걸음인 안전진단 기준도 대폭 강화됐고 이는 시장 활황의 촉매 중 하나였던 인기 지역 재건축 추진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다.
‘로또 청약’도 화제였다. 정부가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신규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데서 시작됐다. 주변 시세에 비춰볼 때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강남권 인기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구름 같은 청약 인파가 몰렸다. 강남구 개포주공 8단지를 재건축해 지난 3월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3.3㎡당 4000만원이 넘는 높은 분양가에도 ‘로또 아파트’의 대명사로 통했고, 경기도 하남미사강변도시에 공급한 ‘미사역파라곤’ 역시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일대보다 크게 싼 분양가가 책정되며 청약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관되게 ‘다주택자 투기’와의 전쟁에 가까웠다. 4월부터 본격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는 특단의 대책이었지만 동시에 집값 불안의 불씨로 작용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집을 팔 경우 6~42%의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10% 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 포인트를 추가 적용받게 되면서 주택 거래량 감소가 확연히 나타났다. 하지만 ‘매물 잠김’ 속 가격만 계속 오르는 이례적 상황이 지속되면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대신 임대주택 등록으로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임대주택사업자가 급증했지만 집값 진정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상반기에만 7만4000여명이 임대사업자로 새로 등록했고, 민간 임대주택도 17만7000채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다만 과도한 세제 혜택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를 결정했다.
보유세 개편도 순탄치 않았다. 정부가 투기 억제 강경책으로 일찌감치 보유세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연중 내내 발표 시점과 과세 폭 등을 두고 격론이 계속됐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7월 초 종부세 개편 권고안을 확정했고 이를 토대로 정부는 고가·다주택자 중심 누진세 강화를 골자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규제 강도가 약하다는 시장 반응에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종부세 최고 세율을 최고 3.2%로 중과하고 과표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하는 보다 강경한 인상 계획을 재차 발표했다.
신혼희망타운 등 주거지원 정책,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 지역 99곳 확정 등 규제 이외의 주거안정책도 가미됐다. 역대급 9·13 대책으로 고강도 규제가 쏟아진 데 비해 공급 부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9·21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으로 3기 신도시 조성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7월 싱가포르를 방문해 ‘여의도와 용산 일대를 재개발해 국제도시로 만들겠다’고 발언하면서 서울 서남권 일대 집값이 춤을 추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른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확산되자 정부와 서울시 간에 때 아닌 책임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는 8월 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개발계획 추진을 보류한다고 발표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내년도 부동산 정책 역시 ‘시장 과열 방지를 위한 전방위적 규제’라는 정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8·2, 9·13 대책으로 상징되는 고강도 정부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수요 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성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21일 “금리 인상, 주식시장 불안, 경제성장률 둔화와 가계대출 부담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거래가 위축되고 아파트값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아파트값 하락에 따른 충격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2년간의 가격 폭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소폭 하락 조정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되고 재건축 관련 규제가 지속되는 만큼 3기 수도권 계획이 기대만큼의 공급 확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수요자 선호 지역의 공급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의 기대처럼 드라마틱한 가격 조정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수도권 제외 기타 지역은 일부 광역시 등 개발 호재 지역을 제외하면 공급 과잉과 지방경제 침체가 맞물려 하락폭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고강도 규제 본격화·불확실성 확산에 집값 조정기 진입”
입력 2018-12-2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