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7시 강원도 강릉아산병원 장례식장은 한 어머니의 통곡소리로 가득 찼다. 사망한 유모(19)군의 어머니는 안치실에 누워 있는 아들을 확인한 이후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사에게 사망 원인을 재차 물었다. “수면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의 말에 다른 가족은 “그러니까 정확히 언제 (하늘나라에) 갔는지도 알 수 없다는 건가요”라며 흐느꼈다. 유군의 부모는 의사가 떠나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같은 병원 고압산소치료실 보호자 대기실의 분위기도 무거웠다. 치료 중인 학생 5명의 부모들은 자식의 면회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마른침을 계속 삼켰다. 도모(19)군의 아버지 도안구(47)씨는 “뉴스 속보에서 ‘강릉’과 ‘10명’이라는 단어를 보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며 “나중에 아들이 깨어나 친구 3명이 같은 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한 걸 알았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상 학생 7명 중 나머지 2명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을 때는 기압을 인위적으로 높여 인체가 산소를 더 많이 흡수하게 하는 고압산소 치료가 필수다. 이들은 강릉 지역에 고압산소 치료시설이 부족해 헬기를 타고 원주로 이송됐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응급센터장은 “처음 왔을 때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등 퍽 좋지 않은 상태였다. 집중적으로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 1명은 자기 이름을 직접 이야기하는 등 처음보다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응급실 도착 당시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25~45%였다. 정상은 3% 미만이고 흡연 시에는 5% 정도다. 강 센터장은 “당장 사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지연성 뇌손상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며 “의식이 좋아질 때까지 5~6차례 더 고압산소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성고 3학년생 10명은 등교하지 않는 기간인 17~24일 개인 체험학습을 신청해 여행을 떠났다. 대성고는 3학년 학생들에 한해 17일부터 1주일간 수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정식 겨울방학은 내년 1월 5일 시작된다. 학생들은 17일 서울역에서 낮 12시1분 KTX 열차를 타고 강릉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은평구 대성고 주변은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숨진 학생 중 한 명인 김지헌(18)군과 친한 사이였다는 A군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같은 반은 아니어도 가끔 연락해서 만나던 친구였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밝고 활발했고, 장난기도 많았다. 친구들이 모두 좋아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B군은 “(여행 간 친구들은) 출발 당일 기차표 사진을 찍어 ‘우정여행 1일차’라고 SNS에 올릴 만큼 들떠 있었다”며 “여행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모습도 밝게 웃는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대성고 교장과 학생주임교사는 강릉으로 현장조사를 떠났고 나머지 교사들은 내부 회의를 진행했다. 이 학교 1, 2학년은 이날까지 2학기 기말고사를 봤다.
사고가 난 마을의 주민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가 일어난 펜션 앞에서 만난 마을주민 원태연(63·여)씨는 “친구들과 점심약속을 마친 뒤 돌아오는 길에 경찰차와 구급차 수십대가 줄지어 옆집으로 향했다”며 “곧이어 입에 거품을 문 학생, 팔이 축 처진 학생, 머리 위까지 이불을 덮은 학생 등이 계속 실려 나왔다”고 전했다.
강릉=안규영 서승진 기자,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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