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연통 틈 벌어져 있었다

입력 2018-12-18 23:41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된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사고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학생 10명 중 3명이 숨졌고 7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가스보일러에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중독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강릉=서영희 기자

경찰은 사고 직후 구성한 수사전담반을 수사본부로 격상해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의신 강원지방경찰청 2부장(경무관)이 본부장을 맡고 강원청 광역수사대와 강릉경찰서 강력팀·형사팀 등이 참여해 현장 감식 및 주변인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유족 등 피해자 보호 전담인력과 경찰청 본청 소속의 과학수사 및 사이버수사, 학교전담경찰관(SPO) 등도 투입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8일 “전문인력을 급파해 수사 및 피해자 보호 등을 지시했다”며 “사고 발생 원인 외에 해당 펜션의 건물 관리 등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사가 발생한 펜션에는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 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잠을 자다 실내에 가득 찬 가스를 인지하지 못한 채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감식하는 과정에서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시설 설치 기준을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육안으로는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연통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배기가스가 실내에 다량으로 유입되며 학생들의 산소 순환을 방해해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소방 당국이 사고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 측정 결과 정상 수치의 8배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한다. 무색·무취로 사람이 인지할 수 없고 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이다. 폐로 들어가면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혈액소)과 급격히 반응하면서 산소의 순환을 방해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사고가 난 펜션 건물은 2014년 준공 이후 소유주가 두 번 바뀌었고, 현재는 임대업자가 소유주로부터 임대해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은 준공 이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다 수리한 후 지난 7월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일산화탄소가 유출될 수 있는 시설은 가스보일러 등인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정밀감식을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단정하기 힘들지만 최대한 결과가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서승진 안규영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