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집권 3년차 증후군’… 국정 운영 경고등

입력 2018-12-19 04:02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성윤모(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정부세종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산업부의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고 “산업 생태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지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병주 기자

집권 3년차를 눈앞에 둔 문재인정부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발(發) 공직기강 해이 문제는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고, 여소야대 국회에서 범여권 정당과의 연대는 균열이 커지고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어김없이 반복돼온 ‘집권 3년차 증후군’이 조기에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국정을 지금처럼 운영하다간 제2의 폐족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18일에도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이던 김태우 수사관이 폭로한 여러 의혹을 해명하느라 바빴다. 애초 김 수사관의 개인 일탈 논란에서 시작된 사건이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의 금품 전달 의혹을 거쳐 특감반의 사찰 논란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공직기강을 확립해야 할 민정수석실이 오히려 보름이 넘도록 정권을 흔드는 진앙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수사관 개인의 일탈’이라는 청와대 해명을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찰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거 잘못된 관행이 이어져 왔다면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특감반원들은 과거의 관성에 젖어서 한 일이지만, 그 자체가 기강 해이”라며 “민정수석실이 법과 원칙에 어긋난 부분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개혁 의제를 위해 범여권 정당들과 협력해야 할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 문제로 ‘거대 기득권 양당’ 프레임에 갇혔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이에 소극적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적폐 연대’로 묶어 비판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정부가 경제정책에서도 ‘우클릭’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날 정부가 밝힌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사라지고 기업 실적 최우선이라는 과거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선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두고 정부·여당과 맞서고 있다. 경제지표는 개선이 더딘 상태이고, 정부가 중재자로서 힘을 쏟았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교착 상태다. 고공행진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크게 떨어져 40%대에 고착화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이날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질타가 이어졌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최근 발표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양잿물을 마시는 격이다. 산업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는 한 장기집권은 몽상”이라고 혹평했다.

역대 정권에서는 집권 3년차가 되면 청와대의 개혁 동력이 떨어지고 권력누수 현상이 시작됐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2년차 후반기인 2014년 11월 ‘비선실세 의혹’이 터지면서 이듬해 1월 지지율이 29%로 주저앉았다. 이명박정부도 3년차인 2010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전 정부에서도 각종 게이트가 불거진 시점은 대개 집권 3년차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임기 3년차가 되면 국민 지지가 하락하고 의회에 대한 영향력도 축소되는 경향이 되풀이돼 왔다”면서 “축적된 국정운영 경험으로 잘 준비된 의제를 던진다면 3년차에도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