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7시 강원도 강릉의 아산병원 장례식장은 한 어머니의 통곡소리로 가득 찼다. 사망한 A군(19)의 어머니는 안치실에 누워 있는 아들을 확인한 이후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사에게 사망 원인을 재차 물으며 울부짖었다. “수면 중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의 말에 다른 가족은 “그러니까 정확히 언제 (하늘나라에) 갔는지도 알 수 없다는 건가요?”라며 흐느꼈다. A군의 부모는 의사가 떠나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같은 병원 고압산소치료실 보호자 대기실의 분위기도 무거웠다. 치료 중인 학생 5명의 부모들은 자식의 면회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마른 침을 계속 삼켰다. 적막 속에 간혹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도모(19)군의 아버지 도안구(47)씨는 “뉴스 속보에서 ‘강릉’과 ‘10명’이라는 단어를 보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며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게 맞는지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며 “나중에 아들이 깨어났을 때 친구 3명이 같은 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한 걸 알았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마을의 주민들도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현장인 강릉 저동의 펜션 앞에서 만난 마을주민 원태연(63·여)씨는 “친구들과 점심약속을 마친 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수십 대 줄지어 옆집으로 향했다”며 “곧이어 입에 거품을 문 학생, 팔이 축 처진 학생, 머리 위까지 이불을 덮은 학생 등이 계속 실려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원씨는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후 친구들과 같이 왔다는 사실을 듣고선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수능시험도 다 봐놓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찾은 박양길(71)씨는 “낳아서 기르고, 입히고, 사랑으로 키운 어린 자식들에게 사고가 나 같은 부모 입장으로 너무 안타깝다”며 “이제 대학교에 막 입학해서 꿈을 키울 아이들에게 이런 참사가 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관에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강원경찰청 2부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별도로 편성하고 전문인력을 현지에 급파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과학수사, 피해자보호 등 전문 인력을 급파해 수사 및 피해자 보호 등을 지시했다”며 “사고 발생 원인 외에 해당 펜션의 건물 관리 등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상 학생 7명 중 5명은 강릉아산병원서, 나머지 2명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원주기독병원과 강릉아산병원에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자를 위한 치료 시설인 챔버를 갖추고 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응급센터장은 “처음 왔을 때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등 퍽 좋지 않은 상태였다. 집중적으로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은 처음보다는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안규영 기자 sjseo@kmib.co.kr
“실려 나오는 학생들 팔 축 처져 있고 입엔 거품”
입력 2018-12-18 18:53 수정 2018-12-18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