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꾼 산업은행 “한국GM R&D법인 분리 찬성”

입력 2018-12-18 19:13

한국GM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연구·개발(R&D)법인 분리’ 계획에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10월 한국GM의 갑작스러운 선언으로 ‘먹튀’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 만이다. 한국GM의 R&D법인 분리 계획은 잰걸음을 내딛게 됐다.

신설되는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R&D 거점이 된다. GM 측은 한국 내 생산법인과 R&D법인 모두 10년간 유지키로 했다.

한국GM은 18일 오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산업은행도 주주총회에 참석해 법인 분리에 찬성했다. 한국GM 노조는 “총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GM의 R&D법인 분리로 경영정상화와 더불어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이 성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배리 앵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준중형 SUV와 CUV R&D 프로그램을 한국에 배정한 것은 한국 사업에 대한 GM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한국GM에 출자하기로 한 4045억원을 오는 26일 예정대로 집행한다.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한국GM 법인 분리 중단’ 가처분 신청도 취하키로 했다.

지난달까지 법인 분리를 막아 달라는 소송을 냈던 산업은행의 입장이 돌연 달라진 이유는 뭘까. 산업은행 측은 “법인 분리를 반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한국GM이 법인 분리 효과를 판단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2대 주주로서) 제동을 걸기 위해 소송을 낸 것”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서울고법에서 승소한 뒤 GM 측으로부터 법인 분리 사업계획서를 받았다. 이를 외부 용역기관에서 검토한 결과, 생산 및 R&D법인 모두 영업이익이 늘고 부채비율이 개선된다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찬성표를 던지게 됐다는 게 산업은행 설명이다.

산업은행과 GM이 체결한 ‘주주 간 분쟁 해결 합의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생산법인과 R&D법인 모두에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R&D법인은 준중형 SUV와 CUV의 글로벌 R&D 거점이 된다.

산업은행 측은 “국내 부품업체가 R&D 과정에 참여하면서 부품 공급률이 늘고 고용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GM 측 요청으로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국내 부품업체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GM이 북미 지역을 비롯한 글로벌 공장폐쇄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라 향후 ‘한국GM 철수’ 등 돌발 변수가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 회장은 “약속(계약)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다만 어그리먼트(합의서)가 있으면 소송을 할 수 있고, 계약을 파기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임세정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