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아즈리(중국풍)’. 18세기 로코코 시대, 유럽에 불었던 중국산 도자기 열풍을 말한다. 당시 유럽인들은 중국산 도자기 그 자체를 즐겼을 뿐 아니라 이를 새롭게 금으로 가공해 더 화려하게 만들었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특별전(내년 2월 10일까지)에도 이는 어김없이 포함됐다. 청화백자에 맞춰 청화백자 무늬로 바꾼 로코코풍 소파(사진)도 볼 수 있다.
1719년 건립된 알프스의 소국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서울의 ¼ 크기로, 세계에서 6번째로 작은 나라다. 왕실 컬렉션 중 바로크 미술을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는 화려했던 왕실 문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1부는 왕실의 문서, 대공들의 초상화, 연수정 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가문의 문장을 새긴 ‘마이엥크루그’(뚜껑이 달린 병) 등이 소개된다. 우아한 가구와 장식용품 중심의 2부에는 준보석을 상감해 모자이크 회화를 만드는 ‘피에트라 두라’ 기법의 장식함, 바닥 부분에 시계가 달려 있는 샹들리에 등이 눈길을 끈다.
3부는 왕가의 도자기 문화에 집중한다.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가 로마에서 주문해 사용했던 은제 식기로 왕실 식탁을 재현한 것이 압권이다. 4부는 유럽 귀족 사회의 특권이었던 말 사육과 사냥을 주제로 그림, 총기, 기록이 소개된다. 개머리판에 여인의 형상을 한 상아 장식이 달린 총기류 등 귀족적 화려함이 숨겨져 있다. 마지막으로 회화와 조각 등 미술품 컬렉션을 소개한다. 조각가 피에르 야코보 알라리-보나콜시의 ‘사자 가죽을 두른 헤라클레스’ 등 르네상스 후기 매너리즘 시기와 바로크 시기의 미술품이 주로 나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리히텐슈타인 왕실의 중국풍 도자기를 만나 보세요
입력 2018-12-2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