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는 한국프로농구(KBL)의 만년 다크호스로 불리는 팀이다. 객관적인 전력만 보면 매 시즌 하위권으로 평가받지만 투지와 집념의 농구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내곤 한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아직 풀지 못한 숙원이 있다. KBL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것이다. 올 시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도훈과 아이들’은 간절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선수단은 2018-2019시즌의 목표를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잡았다. 유 감독이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힌 구단 슬로건은 “챔피언을 향해 꿈을 쏘다”였다. 전자랜드는 18일 현재 15승 9패로 리그 단독 2위에 올라 있다. ‘절대 1강’ 울산 현대모비스(21승 3패·1위)와 격차는 있다. 하지만 전자랜드가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자랜드는 2010년 4월 유 감독이 부임한 뒤 8시즌 동안 7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최소 6강은 가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 기간 4강 플레이오프 무대도 3차례 밟았다. 정규리그 최고 성적은 2위(2010-11시즌)였다. 그러나 유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더 이상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전자랜드는 전통적으로 국내파들의 끈끈한 조직력이 강점이다. 하지만 전력의 비중이 큰 외국인 선수 복은 없었다. 올 시즌에는 두 외국인 선수 머피 할로웨이와 기디 팟츠가 동시에 화끈한 득점력을 뽐내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할로웨이가 경기당 평균 18.9점, 기디 팟츠는 18.5점을 책임지고 있다.
주전 포인트가드 박찬희는 리그 최다인 123개의 어시스트로 동료들의 득점을 돕고 있다. 박찬희는 “할로웨이나 팟츠는 제 주문이나 의견을 잘 수용하고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라며 “동료들이 원하는 것을 맞추다 보니 서로 신뢰가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3년간 선수 구성의 변화가 크지 않아 꾸준히 손발을 맞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번엔 반드시 팀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돕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신인왕 출신 포워드 강상재가 평균 12점을, 정효근은 11.1점을 기록 중이다. 2년차 신인 김낙현이 8점, 차바위가 7.2점씩을 보태며 고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강상재는 슈팅 비거리를 늘리고 정확한 야투(성공률 60.69%)를 선보이고 있다. 정효근은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주요 기록이 모두 데뷔 이래 최고 수준이다. 김낙현은 과감한 3점슛으로 진가를 드러내고 있으며, 차바위는 공격 비중이 줄었으나 리바운드와 같은 궂은 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가용인원이 늘어난 덕분에 체력 안배에서도 이점을 갖게 됐다. 박찬희 강상재 정효근 차바위가 평균 20분 이상씩, 정영삼 김낙현 김상규가 10분 이상씩을 뛰고 있다. 이는 올 시즌 전자랜드가 마지막 4쿼터까지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전자랜드, 챔프결정전 진출 꿈★만은 아니다
입력 2018-12-18 20:41 수정 2018-12-18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