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작가 이호연(36)씨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았다. 17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그의 작업실. 이 작가는 150호 대형 캔버스 아래에 쪼그려 앉아 색칠을 하고 있었다. 그림 그리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셔터를 몇 번 눌렀더니 “일어나도 돼요? 아까부터 이러고 있었는데. 사진 좀 보여주세요. 잘 나왔는지”라고 했다. 아직 인사도 안 나눴는데 갑자기 친구처럼 불쑥 다가왔다.
작품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동화 같았다. 그는 이런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한다고 했다. 이날 캔버스에도 예수가 있었다. 하늘과 땅, 바다가 있고 하늘에 노랗고 둥근 달이 있는데 그 가운데 있는 한 사람이 예수였다. 땅 위엔 예수를 바라보며 기뻐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제목은 ‘휴거’라고 했다. 그는 인상파 화가들이 사용한 점묘법을 새롭게 해석, 모자이크처럼 여러 색깔을 붙이는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전반적으로 맑고 따뜻했다.
작품에서 보듯 이 작가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어릴 때부터 신앙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서울 소망교회 이용기(65) 장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고 몸무게 1.72㎏의 저체중 미숙아였기 때문이다. 50일간 인큐베이터에서 지냈고 이후에도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그 후유증으로 말투가 어눌해지는 등 약간의 장애를 갖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 장로와 모친 안경애(63) 권사가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지인들이 그를 위해 기도했다. 이 작가는 “그 덕분에 중학교 때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을 발견했고 회화를 전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백석예술대와 협성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미국에선 세계적인 추상화가 밥 세네델라, 팻 립스키 등을 사사했다. 국내에선 2016~2018년 연속으로 한국기독미술협회전 청년작가상, 한국기독미술대전 수상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왔다.
이번 성탄을 맞아 이 작가는 독특한 자기 방식으로 그린 성경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 오는 24~31일 서울 강남구 밀알미술관에서 ‘예수님, 지금, 여기에’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20호부터 150호까지 총 50점이 전시된다. 가나안 혼인잔치가 결혼식 뷔페 행사장으로 표현되는 등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성경 스토리를 재구성했다. 이 작가는 “그림 전체의 따뜻한 색조와 저만의 표현 기법으로 우리 곁에 계신 예수님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전시에 맞춰 ‘예수님, 지금, 여기에’라는 화집도 출간한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독특한 그림으로 보는 ‘성탄 이야기’
입력 2018-12-19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