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상의 찬송가 여행] 아기 예수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18-12-21 17:50 수정 2018-12-23 11:44
김진상 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옛날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에서 열리던 성탄 발표회가 떠오른다. 누구나 성탄 발표회 때 한 순서를 맡아서 오랜 시간 연습하던 추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성탄 발표회 때마다 꼭 들어가는 순서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연극으로 올리는 것이다. 필자도 마리아의 남편 요셉 역을 맡게 돼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성탄 발표회가 끝나면 연세가 지긋한 장로님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모두 팀을 나눠 새벽송을 돌던 기억도 떠오른다. 눈이라도 내리면 추운 줄도 모르고 더 신나게 찬송을 부르며 걸었던 것 같다. 각 팀마다 색다르게 캐럴과 찬송연습을 하고 맡은 구역을 향해 갔다. 성도들의 집에 도착하면 새벽송 대원들이 찬송을 부르고 성도들도 문을 열고 나와서 함께 찬송을 부른 후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맛있는 단팥죽이나 차를 대접받기도 했다. 이튿날 성탄절 예배 때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주어질 과자선물까지 한아름 받아왔던 추억은 이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 되어 더욱 소중하다. 새벽송 때 가장 많이 불렸던 노래가 찬송 ‘저 들 밖에 한밤중에’(123장)이다. 특히 이 찬송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있다. 어느 해인가 새벽송을 돌 때 평소에도 가난해 보이는 한 성도의 집을 방문했다. 집 앞에서 이 찬송을 부르자 어린아이가 혼자 남루한 내복을 입고 나와서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하면서 후렴구를 힘차게 따라 불렀다. 아이의 부모는 나오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손에는 초코파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해 예수님께서는 그 아이의 찬양과 초코파이를 가장 큰 선물로 받으셨을 것이다.

‘저 들 밖에 한밤중에’ 찬송은 1절부터 4절까지 가사만 봐도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하다. 장면들이 그려지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 찬송은 후렴구의 ‘노엘’이란 단어로도 모든 이들이 기억하기 쉽고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들어졌다. 노엘은 영어의 Nowell 이 Noel로 되었다는 말이 있다. Nowell이란 단어는 ‘Now all is well(자 이제는 모든 것이 평안하다)’라는 4어 구절이었다는 것이다. 즉 하나님은 어둠속에서 헤매는 인간들을 불쌍히 여겨 그리스도를 보내셨으니 불안에 떨던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기쁨과 평안을 얻었으므로 크리스마스 아침만 되면 서로 “Now all is well”이라고 인사를 교환했다는 것이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 후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 성도들은 2000번 넘게 아기 예수님의 탄생, 노엘의 기쁨을 찬양하고 있는 셈이다. 이 찬송은 가장 오래 된 크리스마스 찬송으로 불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찬양대원들에게만 찬송을 부르게 했던 중세와 르네상스시대에도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일반 성도들에게 마음껏 부르도록 했다. 이렇듯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세상 모든 이들에게 평안과 기쁨의 소식이며 희망과 소망을 주셨음을 의미한다. 그리스도를 온전히 나의 구주로 받아들인다면 인간의 몸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가장 낮은 곳인 말구유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떠올리며 필자는 자만해질 때마다 스스로를 겸손히 낮추려고 노력한다. 한 지인도 자신의 실력과 힘으로 성공했다는 자만심에 빠질 때, 딸아이의 성탄 발표회를 떠올린다고 한다. 딸이 마리아로 출연한 연극을 보면서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지인은 간증했다.

무신론자였던 파스칼은 예수님을 만난 후 이렇게 고백했다. “이 세상 삶은 늘 공허하고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지만 오직 예수로만 그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 예수와 동행할 때 감사와 행복이 넘쳐 난다.” 크리스마스가 새해를 맞이하기 한 주 전에 있는 것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 의미를 되새겨보라는 게 아닐까. 말구유에서 나신 예수님을 보면서 더 낮아진 자세로 세상을 섬기라고, 또 그런 주님과 동행하는 삶으로 새해를 맞이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노엘, 노엘’ 이 찬송을 부르며 진정한 평안을 얻고 새해에는 주님과 아름다운 동행자가 되어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며 걸어가길 기원한다.

<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