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기 진단이 이뤄지기가 여타 암보다 어렵다. 발생기전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데다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는 위치적 특성이나 소화기계 장애증상과 구분하기 힘들다는 단점 때문이다.
완치도 어렵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은 절제술뿐이며 5년 생존율도 10.8% 정도다. 췌장의 위치 상 수술 또한 쉽지 않고, 절제를 해도 췌장과 십이지장 일부를 제거해야돼 소화액과 인슐린 분비가 부족해져 약물 처방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점이다.
이에 췌장암 치료를 담당하는 소화기계 전문의들이나 환자들은 절제를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궁극적으로는 암만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생명의 빛’으로 불리는 광역학 치료(Photodynamic Therapy, PDT)에서 찾고 있다.
광역학치료는 흡수력이 좋은 광과민제를 췌장암 환자에게 주사한 뒤 내시경이나 복강경으로 암세포에 근적외선을 쏘여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광과민제와 광역학치료에 사용하는 기술 및 약제를 동성제약이 확보하고,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박도현 소화기내과 교수가 주축이 돼 진행해왔다.
하지만 연구자 임상으로 진행된 연구 막바지에 잡음이 생겼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임상2상 시험이 완료돼 광역학 치료의 효과가 일부 확인됐지만, 이를 증명할 결과라고 할 수 있는 해외학술지 논문 등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는 박도현 교수는 병원을 통해 “정식으로 등재돼야 임상이 끝난 것”이라며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전해왔다.
더구나 근래에는 동성제약과 박 교수 관계가 틀어져 회복되긴 어려워 보이며, 교수 입장에서 구설에 오르내리며 계속 동성제약과 연구를 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도 나와 사실상 췌장암 치료의 광역학 치료법 적용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곧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임상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환자들은 실망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는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기다림은 조금 더 필요하지만 광역학 치료 연구에 정부가 투자를 약속하며 새로운 빛이 솟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이달 초, 미래 선도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취지로 향후 3년간 민간과 합작으로 약 140억원을 투입할 ‘미래선도기술개발사업’ 1차 관문을 통과한 4개 과제를 발표했다. 이 중 하나가 박 교수의 ‘악성종양의 선택적 광역학치료를 위한 체내 삽입형 마이크로LED 융합기술개발’이다.
연구는 앞서 진행된 임상2상과 유사한 고형암 치료를 위한 마이크로 LED 기반 I-PDT 전임상 및 임상평가 연구로 ▶체내 삽입형 마이르코 LED 융합기술 개발 ▶광전 집적 디바이스 및 모듈 패키징 기술 연구 ▶LED 드라이버 연구 ▶I-PDT용 생체 적합 전력 공급원 확보를 주요내용으로 한다.
게다가 박 교수는 연구수행기관으로 4개 기관과 함께한다. 아산병원은 “캡슐형 마이크로 LED를 활용한 차별화된 광역학 치료기기 개발과제로 ‘광역학 치료’라는 개념에서는 유사할 수 있지만,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연구”라고 전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박도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췌장암 극복 희망의 ‘빛’ 밝힌다
입력 2018-12-19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