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보다 무대에 먼저 섰다. 어른도 떨릴 법한데 아이들은 흔들림 없이 힘차게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펼쳐 보였다. 지난 1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가든스테이지에서 뜻 깊은 공연이 열렸다. 롯데월드 샤롯데봉사단과 소아암 아동들이 함께한 ‘천사들의 합창공연 드림 스테이지’였다.
합창단 맨 앞줄에 선 정윤서(9)양은 소아암을 앓는 친구들과 함께 ‘힘내 소중한 너’를 목청껏 불렀다. 윤서는 공연 준비를 위해 6개월 동안 병원과 연습장을 오갔다.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지고 구토 등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면서도 한 번도 연습에 빠지지 않았다.
윤서는 신경모세포종이라는 백혈병을 앓고 있다. 네 살에 발병해 5년째 치료 중이다. 신경모세포종은 신경이 모이는 여러 곳에 종양이 생기는 병이라 큰 수술도 여러 번 받았다. 지금도 한 달에 한 주씩 항암주사를 맞고 있다. 치료 때문에 윤서는 아직 입학조차 못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윤서는 여느 아이들보다 밝았다.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으로 가위를 그리며 가위바위보 놀이에서 자신이 이겼다고 환하게 웃었다.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윤서는 오랜 치료로 실외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서인지 이날 공연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연습이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너무 재밌고 신났어요. 내년에 또 무대에 올라갈 거예요”라고 당차게 답했다.
긴 투병으로 윤서의 키는 1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래보다 서너 살은 어려 보인다. 그래도 똑소리 나는 당찬 소녀다. 윤서의 꿈은 모든 걸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다.
윤서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의 공연 희망자 신청서에 이렇게 적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치료에 함께하는 엄마와 아빠를 위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이날 윤서와 소아암 친구들이 부른 ‘힘내 소중한 너’ 노래는 음원으로 발매됐다.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외 음원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롯데월드는 음원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쓸 수 있게 기부할 예정이다. 롯데월드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의 만남은 올해로 3년째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백혈병 투병 9살 윤서, 학교보다 무대 먼저 섰다
입력 2018-12-1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