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가면서… 정보위원장 자리도 가져가겠다는 이학재

입력 2018-12-17 18:42
손학규(오른쪽 두 번째)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열흘간의 단식을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손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벌써부터 선거제도 개편 합의문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탈당을 예고한 이학재 의원을 향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지만 이부자리까지 들고 가는 경우는 없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 의원이 위원장 직책을 갖고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려 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 복당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그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대통합의 길을 열기 위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한국당으로 복귀한다는 뜻을 오래전 굳혔지만 손 대표가 그간 단식을 하고 있어 도의상 입장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 자리를 유지한 채 복당키로 하면서 한국당은 어부지리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동일한 9석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하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진통 끝에 상임위원장 2자리를 따낸 바른미래당 몫으로는 교육위원장 하나만 남게 된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이 의원이 갈 때 가더라도 정보위원장직은 내놓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이 의원 측은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직 유지 문제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칠 사안으로 위원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관례를 봐도 위원장은 당적을 옮겨도 자리를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과거 한국당 김영우·권성동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할 때 각각 국방위원장·법제사법위원장직을 유지했고, 바른미래당 박주선·김동철 의원도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을 가지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열흘간의 단식을 마치고 처음 출근했지만 단식 기간 잠복기에 들어갔던 당내 불협화음이 다시 표출되는 분위기다. 손 대표도 “앞으로는 당이 포용도 해야 되겠지만 기강을 잡아야 할 것은 잡아야겠다”며 ‘군기잡기’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이 의원의 탈당이 다른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좌장격인 유승민 의원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이 의원의 탈당은 예견됐던 수순이라 이 문제로 당장 동요가 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이 한국당으로 돌아간다는데 탄핵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인지, 한국당에 탄핵 찬성 반성문을 쓰고 가는 것인지 입장을 내달라”며 각을 세웠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시점의 문제이지 결국 당을 이탈하는 의원이 5~6명은 더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내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가 탈당 기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 사이에는 언젠가는 한국당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냐는 암묵적 분위기가 있다”며 “한국당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추가 탈당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