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회의원직은 계파 보스나 당 지도자에 대한 충성의 대가 아니다”

입력 2018-12-17 18:43
사진=뉴시스

김병준(사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그야말로 계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한국당의 고질병인 계파주의 청산 의지를 공식화했다. 취임 초반 “가치 정립이 먼저”라며 계파갈등과 인적 쇄신에 대해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당 현역의원의 5분의 1 가까운 21명을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에 올렸음에도 반발이 미미하자 계파 청산 드라이브를 더욱 세게 걸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당협위원장 교체 결정과 관련해 ‘아픈 결정’이라고 하면서 “계파주의와 결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직은 과거 성공이나 투쟁에 대한 전리품이 아니다. 일부 계파 보스나 당 지도자에 대한 충성의 대가는 더더욱 아니다”면서 “이번 기회에 계보(계파)정치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측근인 최병길 비대위원도 “망가져가는 숲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아끼는 나무라도 베어야 한다. 눈물을 머금고 고통을 무릅쓰고라도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한다”며 김 위원장 발언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인적 쇄신에 대해 마치 특정 계파를 숙청한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며 계파 논쟁을 되살리려는 부분에 대해 조사해서 비대위에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인적 쇄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해온 친박계 의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당내 기반이 약했던 김 위원장이 이제야 자신의 발톱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협위원장 자리를 빼앗긴 의원들의 반발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은 분위기다. 바른정당 복당파인 황영철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당의 결정을 당연한 조치로 겸허히 수용한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보수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수 의원들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당한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 결정이 황당하기는 하지만 보수를 살리는 길이라고 하니 굳이 나서서 반박하기도 민망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차피 21대 총선이 많이 남았고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탄생할 새 지도부가 공천을 준비하면서 되돌릴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홍문표 의원은 “비박, 친박에 꿰맞추기 위해 명단에 (비박인) 나를 넣은 것”이라며 “재심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