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특감반의 동향·첩보보고, 하명감찰…검·경 업무와 뭐가 다른지

입력 2018-12-17 18:43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우윤근 주러시아대사가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모스크바로 돌아가기 위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했던 우 대사는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비리 의혹을 폭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공항=최현규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됐다가 검찰로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가 이어지며 특감반 업무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서 범죄 정보를 다루는 파트가 있음에도 특감반이 중복 업무를 하는 것 자체가 실효성 없는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립 움직임에 맞춰 특감반 폐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정수석실 산하 특감반은 원래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측근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관을 파견받아 구성된다. 업무는 고위 공직자 동향 및 첩보보고와 일일보고, 하명 감찰로 구성된다.

동향·첩보보고는 고위 공직자의 동향과 범죄첩보 보고다. 규정된 형식 없이 주요 동향이나 범죄 혐의를 보고한다. 일일보고는 근태 관리를 위해 이뤄진다. 외근이 잦다 보니 매일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 보고하는 차원이다. 첩보보고와 달리 일일보고는 민정수석이 아닌 반부패비서관에게만 보고된다. 하명 감찰은 고위 공직자의 직무 불성실 등이 의심될 때 청와대 지시에 의해 이뤄지는 감찰이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9월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비위 의혹에 대한 첩보보고서 탓에 자신이 정권 차원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지난해 10월 25일 주러대사 임명장 수여 전까지 국회 사무총장 신분이던 우 대사에 대한 감찰은 직무 범위 밖이라고 반박하자 일부 언론에 전 국무총리와 민간 은행장 정보도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김 수사관은 이들 내용 역시 첩보보고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17일 “김 수사관이 주장한 보고는 확인·검증되지 않은, 불순물이 섞인 첩보”라며 “걸러낼 것은 걸러내고 나머지는 폐기처분했다”고 설명했다. 본인은 업무의 일환으로 생산한 첩보보고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감찰 내용이나 대상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접수하지 않은 비공식 목록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감찰 대상을 두고 혼선이 생기는 원인은 사정기관 산하 범죄정보 수사관이나 특감반 수사관이 하는 일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범죄정보 수사관이 사회 전반의 비리 첩보를 담당하고, 특감반은 고위 공직자 및 대통령 최측근으로 한정해 첩보를 담당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첩보를 듣는 과정은 비슷하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정보라는 게 명확하게 공직자와 일반인을 구분해 수집되는 게 아니다”며 “모두 범죄를 다루다 보니 겹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소속 기관만 다를 뿐 같은 일을 한다는 뜻이다. 김 수사관이 민간 영역에 대한 첩보보고서가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청와대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타산지석 삼아 감찰 대상 외 인사들의 첩보는 폐기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적절한 대응인지 따져봐야 한다. 고위 공직자가 아니라도 범죄 혐의가 있다면 사정기관 수사가 필요한데 일부러 폐기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사관들의 활동 방식이나 보고의 범주, 감찰 범위 밖 정보를 얻었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명확한 법·제도가 없기 때문에 민정수석이나 반부패비서관 개인의 성향에 의해 취사선택이 이뤄질 우려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공수처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기존 수사기관과의 중복 수사 논란이 여전하지만 주먹구구식 특감반 제도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사와 감찰이라는 대통령의 핵심 권한을 보좌하기 위해 특감반을 설치했지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