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아니면 미세먼지, 올 겨울도 ‘삼한사미(三寒四微)’ 반복

입력 2018-12-17 18:49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대가 한낮에도 뿌옇게 보이고 있다. 인천=최현규 기자

강추위가 물러가나 싶더니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강추위 아니면 미세먼지를 감수해야 하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환경부 산하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18일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 대구·경북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PM10)가 전날에 이어 ‘나쁨’ 단계를 보일 것이라고 17일 예보했다.

기상정보업체 K웨더는 18일 미세먼지 농도가 오전에 한반도 서쪽 지방에서 ‘한때 나쁨’을 기록하고 오후에는 전국이 ‘나쁨’ 단계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19일에도 미세먼지는 전국적으로 ‘나쁨’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미세먼지의 ‘나쁨’ 기준은 81~150㎍/㎥, 초미세먼지(PM2.5)의 ‘나쁨’ 기준은 36~75㎍/㎥이다. 둘 중 높은 수치가 예보로 발표된다. 미세먼지는 오는 20일 이후 한반도 남쪽으로 저기압이 지나면서 동풍이 불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미세먼지는 한파가 물러난 자리에 찾아왔다. 지난달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즈음 짙어졌던 미세먼지는 국내에서 쌓인 먼지가 상당 부분인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번엔 외부 유입 비중이 높다. 추위를 품은 고기압이 물러나면서 중국 쪽에서 서풍을 불러왔고 이에 따라 이 지역 오염물질이 한반도로 날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임석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과장은 “고기압이 한반도에 머무를 때는 서풍이 한반도로 부는 걸 막아주는 대신 낮은 기온이 유지됐다”면서 “고기압이 빠지면서 기온이 오르지만 대신 오염물질을 담은 서풍이 불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겨울마다 반복되는 양상이다. 김병곤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워낙 많아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한반도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세먼지 관련 관측을 한 게 얼마 되지 않았을 뿐 같은 현상은 십수년째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 과장은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대기가 퍼지는 속도도 느려 미세먼지 농도가 잘 옅어지지도 않는다”며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문제가 만성화된 만큼 정부가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로 날아오는 오염물질 중 어떤 것을 먼저 차단해야 하는지 우선순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시급히 차단이 필요한 오염물질이 뭔지 정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