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어고에선 지난해 한 교사가 중간고사 영어시험 문제를 평소 알고 지내던 학원장에게 알려줬다가 파면당하는 일이 있었다. 시험 뒤 페이스북에 “학원에서 나눠준 기출 문제가 학교 중간고사 시험문제와 일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글이 돌았고 한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부산 연제고에서는 2015년 교사가 자신의 집에서 영어 문제를 출제하다가 유출됐다. 당시 집에 와 있던 친정어머니가 문제를 빼내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나눠줬다가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정기고사 문제를 유출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같은 사례들이 17일 공개됐다.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자 초·중등학교도 학교명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커졌고 교육부가 감사 내용을 공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감사 결과는 학교명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험지 유출 사건이나 학생부 조작 사건이 벌어진 학교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26곳(28건)으로 집계됐다. 시험문제 유출은 13건이었다. 2015년 2건, 2016년 1건, 2017년 4건, 올해 6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광주 대동고에서는 지난 4월과 7월 학교 행정실장이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학부모에게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건넸다가 구속됐다. 당시 학교운영위원장은 ‘고3 아들의 성적을 올리고 싶다. 의대에 보내려 한다’며 행정실장에게 시험문제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부 기재·관리와 관련한 징계는 모두 14개교(15건)였다. 2015년 서울 삼육고에서는 학부모인 교사가 학생부 내용을 허위 기재했고, 2016년 대구 청구고에선 종합의견 등을 허위 기재했으며, 2017년 대전 보문고에서는 수상실적 조작이 발생했다.
징계처분까지 가진 않았지만 학생부 신뢰도를 하락시킨 경우도 여럿 확인됐다. 예일여고는 교무·학사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직원 5명에게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권한을 부여했다. 이들 직원 중 1명은 자녀가 해당 고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청은 담당자에 경고 처분을 내리고 마무리했다.
서라벌고에서는 교사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의 수상·봉사활동 업무를 담당했다. 봉사활동이나 교내 행사를 계획하면서 아들이 참가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고, 아들이 참여한 자율활동을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해줬다. 이 학교는 지난해 과학발명품 경진대회 등의 수상 비율을 50%로 설정, 수상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외고도 봉사활동 시간을 2배로 부풀렸다. 지난해 농촌체험활동을 계획하면서 봉사활동을 4시간하기로 결정했지만 학생부에는 모든 학생이 8시간 봉사활동을 했다고 기재했다.
이번 감사 결과 발표는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감사를 교육부가 종합·분석한 내용이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1만392개교가 감사를 받았으며 이는 전체 학교의 89.7%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9562개교에서 총 3만1216건이 적발됐다. 학교당 평균 3.0건이다. 사립학교 5.3건, 공립 2.5건으로 나타났다.
예산·회계 분야가 1만5021건으로 가장 많았다. 학교발전기금 부적정 운영, 보충수업·초과근무수당 이중지급 등이 지적됐다. 인사·복무 분야 4698건, 교무·학사 분야 4236건, 시설·공사 2981건 순이었다. 학생부 관련은 2348건, 학생평가 관련은 1703건이었다. 감사를 받고 지적당하지 않은 학교는 830곳(7.99%)에 불과했다.
이도경 이재연 기자 yido@kmib.co.kr
쉿! 선생님이 시험문제 알려줬대… ‘제2 숙명여고’ 26곳
입력 2018-12-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