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관입니다. 귀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됐으니….”(보이스피싱 사기범)
“삐비빅, 보이스피싱입니다.”(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AI)이 보이스피싱을 잡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사전차단 기술을 개발하는 민간 금융회사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기를 AI가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중 국민들도 관련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17일 SK텔레콤과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AI개발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통화내용을 실시간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가려내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기존 보이스피싱 음성 자료를 SK텔레콤에 제공한다. 이는 알고리즘 개발에 필요한 빅데이터 분석에 쓰인다.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인 서비스 운영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차단 기술은 금융권에선 거의 완성단계다. 금감원은 앞서 IBK기업은행이 진행 중인 보이스피싱 탐지 휴대전화 앱 개발에 음성 자료 8000여건을 지원했었다. 서비스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범운영을 거친 후 국민들도 앱만 다운로드하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통화내용이 기존 보이스피싱 사례와 유사할 경우 경고음을 내보내거나 진동으로 알리는 식이다.
스미싱(문자메시지를 통한 금융사기) 여부를 판별하는 AI 기술은 지난달 개발 완료됐다. 금감원과 KB국민은행 및 아마존웹서비스가 약 8개월간 공동 개발했다. AI 기술은 향후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에 무상 제공된다. 최근 유행하는 ‘카카오피싱’ 등을 막는 데 해당 기술이 사용될 수도 있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탐지 기술의 알고리즘은 거의 유사한 편이다. 나중에는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앱을 설치하는 방식 말고도 휴대전화에 기술을 자체 탑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금감원이 AI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보이스피싱 사기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정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수는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2633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2431억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피해규모로는 올해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단속 및 홍보 강화에도 오히려 증가 추세다.
미래에는 사람이 아닌 AI가 보이스피싱에 동원될 수도 있다.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는 사람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흉내 내는 음성 합성 시스템을 개발한 상태다. AI가 보이스피싱에 나서고 AI가 사기 여부를 가려내는 시대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범죄 이론가인 마크 굿맨은 “사이버 세계 범죄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고, 범죄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AI 기술의 보안 문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개발 완료된 스미싱 탐지 기술을 어디까지 공개할지 조율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알고리즘을 완전 공개할 경우 범죄집단이 악용할 수도 있어 공개 범위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서울지검 수사관…” “삐비빅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잡는 AI 개발 중
입력 2018-12-1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