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J노믹스(문재인정부 경제정책)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의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다. 시장 수용성이나 경제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탄력근로제 보완이라는 ‘처방전’을 제시했다.
정부는 17일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16대 중점과제에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도 보완’을 포함시켰다. 첫 단추는 최저임금의 연착륙이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 인상된 데 이어 내년에도 10.9% 오른다. 우선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 2조8200억원을 편성해 약 238만명의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할 방침이다. 원칙적으로 근로자 1명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데,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원액을 15만원으로 늘린다. 연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근로장려금(EITC)의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 규모는 57만 가구에서 115만 가구로 확대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차상위 근로자의 임금까지 밀어 올린다. 때문에 한시적인 일자리안정자금 투입, EITC 대상 확대가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시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최저임금을 올려놓고 혈세로 메운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내년 1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내놓기로 했다. 2020년부터 시장 수용성, 사업주 지불능력, 경제 영향 등을 종합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소 속도가 빠르다고 우려를 줬던 최저임금 등에 대해 정책을 조정·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에서 주장하는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범위를 먼저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내년 2월까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파장을 줄이려는 조치다. 홍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3개월인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었다. 탄력근로제 확대 전까지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키로 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늦추는 대신 정부는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창업 활성화 정책이 대표적이다. 자녀에게 창업 목적으로 자금을 증여하는 경우 적용되는 증여세 과세특례를 현재 31개 업종에서 부동산업 등 일부를 제외한 전체 업종으로 확대한다. 증여일로부터 창업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현재 1년 이내 창업, 3년 이내 자금사용’에서 ‘2년 이내 창업, 4년 이내 자금사용’으로 완화된다. 2조원 규모의 혁신창업펀드 지원도 창업초기(업력 1~3년) 비중을 50%에서 100%로 늘린다. 창업기를 넘어 성장기에 들어선 기업에는 일괄담보제가 도입된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동산이나 채권, 지식재산권 등을 묶어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음식점업 등 저부가가치 업종에 과도하게 몰려 있는 서비스업도 손본다. 내년 상반기까지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유망 서비스업(관광·보건·콘텐츠·물류)을 육성하기 위한 혁신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6조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내달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2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력 2018-12-1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