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대결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를 옥죄는 로버트 뮬러(사진) 특별검사의 혈투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응방식도 극단적으로 다르다. 초조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대해 ‘마녀 사냥’이라며 연일 폭언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뮬러 특검은 침묵과 은둔을 지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장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뮬러 특검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WP는 특히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뮬러 특검이 받고 있는 뜨거운 관심을 맥주 광고에 빗대 “지금은 뮬러 타임(Mueller time)”이라고 표현했다.
뮬러 특검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3위였다. 2위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올해의 인물’ 2·3위가 벼랑끝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미국 보수 진영은 뮬러를 권력에 취해 트럼프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쫓으려고 권한을 남용하는 검사로 몰아붙이고 있다. 반면 진보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때까지 멈추지 않는 정의의 수호자로 받들고 있다.
뮬러 특검은 말이 없다. 그는 지난해 5월 17일 특검으로 임명됐을 때 “나는 책임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 문장의 수락 입장문을 낸 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긴 침묵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특검이 말을 하면 오해를 초래할 수 있고, 서커스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긍정론과 “특검은 미국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반박이 교차한다. 민주당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지낸 리언 파네타는 “뮬러의 침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사를 방해하거나 협상을 제안할 정보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긍정론에 힘을 실었다.
뮬러 특검은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주소가 알려지지 않은 연방정부 건물에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브리핑을 위해 불가피하게 의회를 방문했을 때는 뒷문을 통해 언론을 피했다. WP는 해병대 소대장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고,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12년 동안 지낸 강직함이 침묵과 은둔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뮬러 특검이 내놓을 수사 결과에 따라 탄핵 주장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들은 계속 나온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해 2016년 대선뿐만 아니라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소셜미디어 공작을 계속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WP는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사전 입수해 러시아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거의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무차별적으로 이용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를 위한 러시아의 온라인 공작은 트럼프 당선 직후 6개월 동안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트럼프의 뮬러 특검 대면조사와 관련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over my dead body)”고 강하게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특검 수사는 마녀 사냥이며 사기”라며 “그들은 허위진술과 거짓말로 함정수사를 한다”고 비난했다. 또 개인 변호사였으나 최근 특검 수사에 협조해온 마이클 코언에겐 “쥐새끼(rat)”라고 막말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지금은 뮬러 타임”… 긴 침묵속 칼 벼리는 특검
입력 2018-12-17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