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이 납득하기 힘든 방향으로 가고 있어 실망이다. 정부는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14일 4가지 개편안을 제시하고 국회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책임을 떠넘겨 버렸다. 단일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연금 개혁은 고통이 수반되는 과제라 경사노위에서 논란만 무성하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단수의 안을 마련해 국회와 경사노위를 설득해야 했다. 그게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정부의 올바른 자세다. 정부가 대안을 4가지나 제시한 것은 연금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개편안을 보면 더 말문이 막힌다.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큰 목적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8월 재정추계위원회는 이대로 두면 국민연금기금이 2057년 고갈된다는 추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2058년부터는 보험료를 걷어 그해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소득의 30%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감당할 수 있다. 현재 9%인 보험료율에도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 미래세대에게 3배가 넘는 보험료를 감당하라고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몰염치하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들은 연금 재정 안정화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보험료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기초연금을 각각 30만원과 40만원으로 올리자는 1안과 2안은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득대체율을 45%(50%)로 높이되 보험료율은 12%(13%)로 올리는 3안(4안)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 늘리는 개악이다. 노후소득을 일정 수준 보장하자는 취지지만 미래세대에게는 재앙이다.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국민연금 재정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려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도발전위원회가 제시한 ‘70년 적립배율 1배 목표’를 전제로 보험료율 인상 계획을 재설계해야 한다. 보험료 대폭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소득대체율 상향에 집착하지 말고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결합한 다층 연금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의 연금개혁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어긋난 첫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한다.
[사설] 무책임 넘어 몰염치한 국민연금 개편안
입력 2018-12-1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