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NCCK 신임 회장 “NCCK 진보적 연합기관이라지만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가는 것일 뿐”

입력 2018-12-18 00:03
이성희 신임 NCCK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담임목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뒤편 초상화는 부인 김봉희 화가의 작품이다. 송지수 인턴기자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의 폭이 좀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극좌나 극우가 아니라면 함께할 수 있습니다. 시계추처럼 신학적 신앙적 좌우 진폭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성희(70·연동교회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회장은 중도와 연합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13일 NCCK 취임 한 달을 맞아 진행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계추의 진폭(Swing of Pendulum)’을 이야기했다. 좌로나 우로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양쪽을 오가는 시계추처럼 보수와 진보 양쪽을 넘나드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NCCK가 일반적으로 진보적 연합기관으로 불리는데 진보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가는 것일 뿐이고, 보수도 좀 늦게 갈 뿐이지 방향성 자체가 다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 안에서는 진보가 너무 나가면 보수가 좀 견제해 주고, 보수가 늦으면 진보가 당겨주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NCCK는 이홍정 총무 중심의 연합 조직이지만 회장은 9개 회원 교단이 1년씩 돌아가며 맡고 있다.

이 목사는 이달 말 29년간 시무한 연동교회를 떠나게 된다. 70세 정년 은퇴다. 지나온 목회를 회고하며 그는 “심방과 새벽기도를 중심에 두고 대형화를 추구하던 산업화 시대 목회에서 소그룹 영성 훈련 중심의 미래 목회로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해왔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건 사회적 선교라고 했다.

이 목사는 “길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는 방식의 선교는 한계에 왔으며 요즘 전도는 결국 사회를 섬기고 복지를 넓혀 봉사하는 것”이라며 “그런 교회 모습에 감명 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전도”라고 강조했다. 연동교회가 세운 연동복지재단과 북한 지원 관련 단체인 한민족복지재단 새누리좋은사람들 설립 등을 보람으로 꼽았다.

124년 역사의 연동교회는 3·1운동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육당 최남선이 교적을 두었고, 월남 이상재가 피택 장로였던 곳으로 이갑성 함태영 신마리아 신의경 김필례 등 다수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이 목사는 “비단 우리 교회의 독립운동뿐 아니라, 굳이 따지자면 한국교회가 잘하는 게 더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 복지단체의 절반 이상이 개신교 담당이며 사립학교의 72%를 감당하고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은 80% 이상이 개신교와 관련이 깊다”며 “이런 노력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