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종호 (14) 한국 돌아와 활발히 사역하던 중 간경화 진행

입력 2018-12-18 00:32 수정 2018-12-18 09:52
박종호 장로가 2008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박종호 & Friends’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모습.

찬양집회 후 음반 판매 수익과 성도의 헌금을 십시일반 모아 선교지에 보내는 사역은 2008년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됐다. 그해 CBS FM ‘박종호의 가스펠 아워’ 진행을 맡게 돼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이는 가까운 친구 목사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 “이제는 한국이 선교지가 됐다. 초등학교 근처 길에도 음란광고물이 붙는 실정”이란 말이 마음에 걸렸다. 교회와 사회에 건전하고 수준 높은 기독교 문화를 전해보자는 마음이 다시 들었다. 이런 마음으로 라디오 진행과 교회 찬양집회, 대형공연장 공연을 병행했다.

교회로 찬양집회를 다니다보니 이전과는 달리 교회 음향과 조명 시설이 많이 향상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전상을 보며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이전 편에서도 말했지만 찬양집회와 콘서트는 아예 성격이 다르다. 교회는 공연하는 곳이라기 보단 순수한 예배의 자리이길 바랐다. 예배에서 중요한 건 예배자의 중심이지, 쇼의 기교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던 나였지만 정작 교회 규모가 작은 곳은 집회 신청조차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대형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여럿 열어 ‘우리처럼 작은 교회에선 초청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적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일단 교회로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그곳이 어디든지 찾아갔다. 전 성도가 30명인 서울 관악구의 한 상가 교회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음향 장비와 엔지니어, 매니저 등 공연 스태프 5명과 찬양을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매니저가 “여기서 세종문화회관 공연처럼 목소리를 내면 어쩌느냐”고 농담 섞인 핀잔을 줬다. 나 역시 “30명이면 어떠냐. 4000명이든 30명이든 주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와 감동은 동일하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찬양집회 말미엔 미국에서처럼 한국예수전도단(YWAM) 선교사를 위해 모금을 요청했다. 한국교회 성도 역시 선교 후원 요청에 뜨겁게 응답했다. 이러한 성도들의 헌신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미국에서 보낸 규모와 비슷하게 YWAM 후원을 매달 이어갈 수 있었다.

집회 공연 방송 등 사역을 활발히 펼치는 가운데 내 몸에는 이미 간경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2016년 2월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그간 병원에서 지방간 등이 의심된다는 주의는 받았지만 한 번도 질병 진단을 받은 적은 없었다. 소고기 15인분을 먹어도, 커피에 설탕을 밥숟가락으로 넣어먹어도 병이 없었다. ‘하늘이 내려준 건강 체질’이라고 자만했는지 몸 생각 않고 내키는 대로 행동한 게 화근이었다.



의사인 사촌 매형의 조언대로 그분이 속한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3일 뒤 다시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가보니 매형과 담당의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간이 거의 다 죽었어.” 무겁게 입을 뗀 매형의 말이었다. 보통 사람보다 1.5배 정도는 큰 내 간이 간경화로 대부분 굳었다고 했다. 굳지 않는 간에 종양이 번졌는데 이걸 떼내면 간이 남아나질 않는다고도 했다. 수술도 항암치료도 불가해 무조건 간 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형을 비롯해 의사 7~8명이 내 앞에서 치료방향을 두고 논의하는 걸 보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수술도 불가능하다니, 이젠 정말 별 도리 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