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장 김종인(62·분당영광교회 장로) 교수는 ‘장애인의 대부’로 불린다. 장애인 재활 40년 외길인생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하나님을 의지해 장애인 사역을 멈추지 않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역경 가운데 하나님을 믿고 나니 모든 것이 감사한 일뿐”이라며 “장애인 사역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었던 것은 복음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청각 중복장애인 권리보장에 힘 쏟고 있다. 시청각 중복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의 손상으로 시청각 감각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시청각 중복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시청각 중복장애인 의사소통 지원기인 ‘점어기’ 시연회도 가졌다.
“인간이 대화나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가장 큰 장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은 정보접근이 어려울 뿐 아니라 교육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자리는 물론 심지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에 이르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시청각 중복장애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68년 일명 ‘헬렌켈러법’을 제정했다. 일본에서도 이들의 재활과 자립 지원을 위해 ‘헬렌켈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법적으로도 장애유형이 규정된 것이 없을 정도로 방치됐다. 시청각 중복장애인 인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는 실정이며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구 1만명 당 1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형 헬렌켈러법안’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시청각 중복장애인의 활동지원사와 시청각통역사 양성, 조직 결성, 국제교류 및 협력체계 구성을 위한 모임결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비록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이 소수일지라도 기본권을 보장받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청각 중복장애인을 지원하는 ‘한국형 헬렌켈러 센터’를 조속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장애인 문제에 눈을 뜬 것은 대학을 다닐 때다. 인근에 맹학교와 농학교, 지체장애학교 등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어울리다보니 서로 친구가 됐다. 장애인 친구들에게 ‘소원이 무엇인지’ 물으니 한 친구는 한라산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고, 다른 친구는 라디오 듣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친구는 한 번만 눈을 떠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충격이었다.
“누구는 딱 한 번만 눈을 떠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는데 저는 눈뜨고 살면서도 왜 이렇게 불평불만을 많이 하고 살았는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주님께 회개기도를 드렸지요.”
그는 대구대 특수교육학과를 나와 연세대와 숭실대 대학원, 미국 노던콜로라도 주립대에서 장애인 관련 공부를 했다. ‘인간 재활학(Human Rehabilitation)’ 국내 1호 박사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도 만들었다. 제자인 강만휘 군은 아시아 최초로 다운증후군 배우가 된 주인공이다. 발달장애인들이 사용하기 쉬운 ‘세례 앱’을 개발했다. 교회에선 발달장애인반 ‘영광부’를 만들었고 매주 성경공부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 교수는 눈물이 많다. 예배 드릴 때마다 손수건을 꺼내기 일쑤다. 하나님께 “잘했다” 칭찬 받는 종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일과 신앙] “한국형 헬렌켈러법 제정 절실합니다”
입력 2018-12-19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