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최경환 포함 21명 나가라”… 살생부 칼 빼든 한국당

입력 2018-12-16 20:22
김용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겸 조직강화특별위원장과 이진곤 조강특위 외부위원이 지난 15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하러 국회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이 회의에서 현역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 자격 박탈 및 공모 배제가 결정됐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현역 국회의원 21명의 이름이 적힌 ‘살생부’를 내놨다. 친박(박근혜)계와 비박계 핵심 인사들을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에 올리며 계파정치를 정면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2016년 20대 총선 공천 파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의 분당 사태 등 당의 몰락을 초래한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성격이 짙다. 물갈이 당사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당 비대위는 지난 15일 당협위원장 탈락이 결정된 의원 21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전체 의원(112명)의 19%에 이른다. 한국당은 지난 10월 전국 253개 선거구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 처리한 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통해 재선임 심사를 벌여왔다.

비대위는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 친박계 핵심 최경환 홍문종 의원 등 21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거나 공모 대상에서 배제키로 결정했다.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은 “이들은 향후 당협위원장 공모에 응한다 해도 자동 탈락”이라고 말했다.

21명 가운데 비박계·복당파는 9명이다. 비대위 사무총장이자 조강특위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도 포함됐다. 2016년 11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새누리당을 1호 탈당했던 책임을 자진해서 지기로 했다고 한다.

친박·잔류파로 분류되는 의원은 12명이다. 2016년 총선 공천 당시 ‘진박 감별’ 논란을 불렀거나 박근혜정부 청와대 참모 내지 장관을 지낸 의원 다수가 포함됐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계파정치 청산’ 과제가 당협위원장 교체로 일부 구현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주혜 조강특위 위원은 “공천 파동, 최순실 사태 및 분당,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며 “이번 쇄신은 한국당이 새로 태어나기 위한 산고”라고 말했다.

비대위와 조강특위는 재심청구 등 구제절차 없이 곧바로 당협위원장 공모에 들어갔다. 당협위원장 교체 지역인 79개 선거구가 대상이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에 맞춰 18일쯤 한국당 복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이 의원의 현 지역구인 인천 서구갑을 일반 공모지역으로 정해 이 의원이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인적 쇄신 명단 발표에 일부 교체 대상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비박계 홍문표 의원은 “이게 무슨 장난이고 주먹구구식인가. 어이가 없다”며 “강력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3선의 권성동 의원도 “(탄핵심판 때) 내가 법제사법위원장이라 탄핵소추위원을 맡았던 것인데, 분당의 책임을 물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곽상도 의원은 “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불공정하게 자격을 박탈당했다. 특정 지역, 특정 인물만 겨냥한 표적심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다만 탈락자들이 당장 집단 탈당 등 조직적 저항에 나서기보다 당 상황을 관망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이번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고, 21대 총선까지 1년여 남은 기간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태 의원은 “당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양천을 지역을 떠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의 분열에 저도 책임이 있다. 과거 친박으로서 이런 식의 3중 처벌로라도 책임을 지라면 기꺼이 지겠다”고 말했다.

지호일 이형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