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나의 ‘경남제약’ 상폐 위기, 삼바와 왜 달랐나

입력 2018-12-16 21:13 수정 2018-12-17 04:03

61년 전통의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주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상장 유지 결정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하며 ‘형평성’을 거론한다. 한국거래소는 두 회사의 사례를 단순히 ‘대마불사 논란’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경남제약의 경우 잇따른 경영권 분쟁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상장폐지 결정 이유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불투명성이 없다는 점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4일 기업심사위원회를 거쳐 경남제약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아직은 잠정 결론이다. 상장폐지 여부는 다음 달 8일 이전에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기업심사위 심의대로 상장폐지를 할지 개선기간을 줄지 선택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심사위를 거쳐 상장유지로 결론 내려졌고, 지난 10일부터 주식거래가 재개됐다.

경남제약은 ‘국민 비타민’으로 불리는 레모나를 제조·판매한다. 지난 2월 말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검찰 고발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해 왔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청와대 청원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국민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판단과의 형평성 및 공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사전에서 ‘대마불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단어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제약은 코스닥시장 217위(시가총액 2116억원) 기업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시장 5위(25조9036억원)다.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거래소가 다른 결론을 내린 이유는 뭘까. 경남제약의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문제가 됐다. 회계처리가 발단이 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지만 상장폐지 심사에서 도마에 오른 문제는 달랐다. 경남제약은 경영권 분쟁이 아직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최대주주는 마일스톤KN펀드(지분율 12.48%)이고 2대주주는 이희철 전 회장(11.83%)이다. 이 전 회장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16일 “회사 측에서 제대로 회사를 경영할 투자자를 찾겠다고 해 개선기간을 부여했었는데 이런 부분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 마일스톤KN펀드의 경우 정확히 누가 관리하고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칫 투자자와 회사가 오너리스크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꼬리표를 달았지만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만한 분쟁은 없다는 설명이다.

거래소가 상장폐지 심의 내용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더 키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거래소 공시에선 통상 상장폐지 결정 결과 등만 공개된다. 사유는 밝히지 않는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이유를 알기 어렵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 영업기밀 등의 문제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