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국회의원 330명 시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꽉 막혔던 선거제도 개편이 ‘의원 정수 확대’를 검토한다는 문구로 비상구를 찾았다. 하지만 합의 다음날부터 세부 내용을 두고 거대 정당과 소수 정당 사이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선거제도가 바뀔 수 있을지는 국회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
16일 여야에 따르면 5당 원내대표가 전날 전격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등 5가지다. 비례대표 확대와 비례·지역구 의석 비율 검토, 지역구 선출 방식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합의를 따르기로 했다. 선거제도 개편 관련 법안 처리 시한은 내년 1월 임시국회까지다. 석패율제(지역구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개헌 논의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핵심은 의원 정수 확대다. 합의문에 ‘의원 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정수 확대에 소극적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수치까지 들어간 합의문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원 정수 확대는) 몇 %보다 공론화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며 “몇 명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는 제도 설계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더 나아가 “기왕 연동형을 연동형답게 정당 지지율만큼 가려면 360명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의원 정수를 10% 이내로 늘린다고 합의한 것은 큰 성과”라고 했다.
20대 국회는 총 300석에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300석을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살리려면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방식은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 탓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수 야 3당이 제시한 ‘우회로’가 의원 정수 확대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 정수 10%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이지, 10%를 합의한 것은 아니다”며 “국회를 개혁하겠다는 합의 없이 의원 정수 확대를 꺼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 간사인 정유섭 의원은 페이스북에 “연동형 비례제는 국민정서에 반해 의원의 대폭 증원을 초래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여론도 좋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서인지 “지금 의원 300명은 기득권 덩어리, 특권을 삭감해야 한다”(정 대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강도 높은 국회 개혁 방안을 각 당에서 만들어 달라”(심 위원장) 등의 발언이 정수 확대 주장 앞에 전제처럼 따라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논의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야 합의를 본다면 저는 얼마든지 대통령으로서 함께 의지를 실어 지지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
금배지 330개 만드나… 여의도 정치력 시험대
입력 2018-12-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