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에 대한 위임결의무효 및 직무정지 판결은 2013년 오 목사 반대파의 소송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총신대의 허술한 편목제도 운용, ‘일반 편입 서류를 제출한 것이 아닌가 한다’는 오 목사 측의 발언, 편목과정을 소홀히 여긴 오 목사의 태도, ‘목사 안수는 얼마든지 다시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기독교 몰이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만약 이번 판결이 수개월에서 수년으로 추정되는 법정싸움 후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한국교회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해외 목사였다가 국내 목사로 영입된 경우, 무인가 신학교를 졸업했거나 타 교단 목사였다가 느슨한 편목과정을 거쳐 현 교단에 영입된 경우 제출 서류가 미흡하거나 날짜가 맞지 않으면 목사직을 잃을 수도 있다.
편목과정은 A교단 목사를 B교단 목사로 전환시키는 ‘멤버십’ 획득 과정이다. 교단과 노회가 재량에 따라 2주에서 2년간 교단 신학교에 맡겨 위탁교육을 한다. 과거엔 관행적으로 느슨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교회 안에는 무인가 신학교 출신이나 편목과정을 거친 목회자가 수만명으로 추산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만 하더라도 2000년 이후 편목과정으로 영입된 목회자가 4000명이 넘는다.
소재열 한국교회법연구소장은 “만약 이번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담임목사를 반대하는 일부 신도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등이 교회 밖에서 모임을 갖고 담임목사의 논문 및 학적, 졸업장, 목사안수, 편목과정, 재정문제 등을 샅샅이 조사한 뒤 일부 절차상 흠결을 찾아 목회자를 벼랑 끝으로 얼마든지 몰아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500여명으로 추산되는 오 목사 반대 측은 전체 출석 성도의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2013년부터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서울 서초구 구 예배당을 점유한 뒤 자체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은 특히 배임 횡령 사문서위조 등 형사고소를 비롯해 위임결의 무효, 직무집행정지,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공동의회 결의무효 확인소송, 당회 개최금지 가처분, 교인총회 안건상정 등 금지가처분, 동산압류 등 그동안 40여건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일엔 ‘오 목사의 설교, 당회 소집, 계약체결 등 일체 직무를 금지시켜 달라’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까지 제출한 상태다. 반면 오 목사를 지지하는 2만4000명의 탄원서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 목사 반대 측은 2013년 12월부터 새 예배당에서 진행되는 모든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별세한 옥한흠 목사의 설교 영상을 보여주거나 외부 목회자를 초청해 자체 기도회를 갖고 있다. 오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A씨는 “만약 성도들이 헌금을 따로 내면 교회가 분열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따로 헌금을 모으지 않으며 매주 구 예배당에서 예배가 아닌 기도회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교회 내 각종 분쟁을 처리하고 목사 등 교역자의 자격 요건을 정하며 소속 교회를 지휘·감독하는 교단의 권한과 역할을 국가가 불신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단의 정체성과 자율성은 사법부의 통제 아래 놓인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까지 침해한다는 뜻이 된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언제부터 법원이 기독교의 목사 자격을 판단하는 상위 기관이 됐느냐”면서 “지금처럼 국가가 개입해 교회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무시한다면 정부가 앞장서 목회자의 자격 여부를 정하는 중국·북한식 종교정책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작은 흠결에도 담임목사 흔들기 부추길 우려
입력 2018-12-1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