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김밥 먹으러 무단외출한 고교생, 기숙사 퇴사는 과도”

입력 2018-12-16 19:07

학생이 허락 없이 외출했다는 이유로 학교가 일정기간 기숙사 퇴사 조치를 내리는 것은 헌법이 보호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경기도 소재 A고등학교가 무단 외출한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2주 단기퇴사를 시키는 조치가 과도하다고 보고 학교장에게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 B군(18)은 지난 8월 김밥을 사먹기 위해 정규수업시간이 끝난 뒤 교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학교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5분 뒤 학교 정문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기숙사 사감에게 적발됐다. 학교는 과거 한차례 2주 퇴사 조치를 받은 적이 있는 B군에게 기숙사 운영규정에 따라 4주간 퇴사 조치를 내렸다.

이에 B군의 어머니는 “학교와 집의 거리가 30㎞로 왕복 2시간이 걸리고 맞벌이 부모라 통학을 도와주기 어렵다”며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장기 퇴사 조치를 내린 것은 과도하다”고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해 재학생 상당수가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무단으로 외출이나 외박을 하면 학교 밖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학교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엄중히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정도가 경미한 위반은 학부모 호출이나 반성문 제출 등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선도가 가능하다”며 “학교장은 규칙 위반 정도에 상응하고 기숙사 퇴사로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을 고려한 선도 조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