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스리랑카인이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의 목숨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주 자격을 받게 됐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열린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에서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스리랑카 국적의 니말(39)씨에게 대한민국 영주권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니말씨는 2011년 비전문취업(F-9) 자격으로 입국했다. 그에게 허가된 체류기간은 2016년 7월까지였다. 이후 한국을 떠나지 않은 그는 불법체류자가 됐다.
니말씨는 지난해 2월 경북 군위의 한 농장에서 작업하던 중 인근 조모(91) 할머니 집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들은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불길이 집 전체로 번져 있었다. 니말씨는 뒷문 유리창을 깨고 연기 자욱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기절해 있던 조 할머니를 업고 밖으로 나온 뒤 혼절했다. 당시 구조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마셔 폐가 손상됐고 머리·손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니말씨를 ‘의상자’로 인정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LG복지재단이 주는 ‘LG 의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의로운 일을 한 탓에 불법체류 신분이 노출된 니말씨에게 돌아온 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1400만원가량의 치료비와 불법체류 범칙금 480만원이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지난해 6월 범칙금을 면제하고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타(G-1) 자격 비자를 허가했다. 그래도 취업 활동이나 건강보험 혜택 보장은 불가능했다.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은 여전했다.
이에 법무부·출입 당국은 니말씨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영주자격 변경을 허가했다. 형사범죄 전력이 없고, 정부에서 공식 의상자로 지정된 점, 구조 과정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해야 하는 사정 등이 감안됐다. 법무부는 18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니말씨에게 영주자격 수여식을 개최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불길 속 노인 구출 불법체류자, 영주권 받는다
입력 2018-12-16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