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청춘 위한 잔잔한 위로… ‘땐뽀걸즈’ 영향력 4위

입력 2018-12-16 19:30

많은 드라마가 살인 폭행 불륜 같은 자극적 설정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막장 코드’는 살벌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 됐다. 하지만 정반대 편에서 잔잔하고 담백한 감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작품들도 있다.

동명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한 ‘땐뽀걸즈’(KBS2·사진)는 10대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의 의미를 곰곰이 곱씹게 한다. 조선업 후퇴로 쇠락하는 도시 경남 거제에서 댄스스포츠를 추는 여상 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았다. 시청률은 2%(닐슨코리아)대로 높지 않다. 하지만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와 뛰어난 영상미로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12월 첫째 주 콘텐츠 영향력 지수에선 4위를 기록했다.

‘땐뽀걸즈’는 여타 학원물과 달리 성적과 입시 이야기가 주가 아니다. 취업이나 대학 진학에 불필요한 댄스스포츠를 향한 18살 소녀들의 열정과 우정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댄스스포츠 동아리에 들어온 소녀들은 춤을 배우며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저마다 결핍을 지니고 있던 김시은(박세완) 박혜진(이주영) 등 아이들은 이 속에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성인으로 성장해간다.

수많은 어려움에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음 한 발짝을 내딛는 아이들의 모습은 적잖은 위로를 안긴다. 극본을 쓴 권혜지 작가는 “현실적 삶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끝까지 지키고 싶은 소중한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길 바란다”고 했다.

20~30대의 삶을 생생히 포착한 작품도 있다. 동명 웹툰을 재구성한 ‘은주의 방’(올리브)이다. 팍팍한 인생에 지쳐 휴직을 택한 심은주(류혜영)가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삶의 행복을 되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휴직과 이직, 남녀관계 등 청춘들의 실제 삶과 밀접히 닿아있는 소재로 젊은 층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연출을 맡은 장정도 PD는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이 각박하고 암울하기 때문에 은주의 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