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밑 이타적 플레이 ‘장수 용병’ 윌리엄스

입력 2018-12-16 19:18 수정 2018-12-16 21:12
원주 DB의 리온 윌리엄스(오른쪽)가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한국프로농구(KBL)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애런 헤인즈를 상대로 슛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프로농구(KBL)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소화 중인 리온 윌리엄스(33·원주 DB)는 올 시즌에만 유니폼을 세 번이나 갈아입었다. 그렇다고 찬밥 대우를 받으면서 팀을 옮겨 다닌 것은 아니다. 해당 팀의 사정으로 떠돌긴 했지만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KBL에서 장수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2012-2013시즌 고양 오리온에서 데뷔하며 한국 농구에 발을 들였다. 폭발적인 공격력이나 눈부신 개인기를 선보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센터임에도 유연한 몸놀림을 지녀 골밑에서의 순간적인 움직임이 좋다. 리바운드와 일대일 수비, 몸싸움, 스크린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난데다 팀 동료들의 득점 기회를 돕는 이타적인 성향까지 갖춰 한국 농구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KBL 통산 성적은 평균 15.9점에 10리바운드다.

윌리엄스는 서울 SK 유니폼을 입고 2018-2019시즌 정규리그를 맞이했다. SK는 주포 애런 헤인즈가 무릎 부상으로 개막전에 복귀하지 못하자 대체선수로 윌리엄스를 택했다. 윌리엄스는 개막전부터 SK의 10경기에 출전해 16점 11.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헤인즈가 복귀한 뒤 윌리엄스는 ‘친정팀’ 오리온 유니폼을 잠시 입었다. 오리온은 외국인 선수 대릴 먼로가 경미한 부상을 당하자 일시 대체선수로 윌리엄스를 불렀다. 오리온의 입장에서는 한국 농구 이해도가 높은 윌리엄스를 기용하는 것이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윌리엄스는 3경기에만 출전했지만 평균 21.3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윌리엄스는 지난달 15일 DB의 부름을 받아 저니맨 생활을 청산했다. DB 외국인 선수 저스틴 틸먼이 손가락 부상을 당해 떠난 뒤 완전 대체선수로 계약을 맺었다. 윌리엄스는 DB에서 16일까지 10경기에 출전해 19.1점 14.6리바운드로 활약 중이다. 김주성의 은퇴로 약해진 골밑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시즌 활약한 두경민의 군 입대, 디온테 버튼의 미국프로농구(NBA) 진출로 전력이 약화된 DB는 윌리엄스 영입 후 5승 5패로 선전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윌리엄스는 키가 196㎝로 센터치고 작다. 하지만 올 시즌 KBL의 장신 외국인 선수 신장은 2m 이하로 제한돼 비슷한 신장의 선수들을 상대한다. 여기에 다년간의 한국무대 경험을 곁들여 골밑에서 한층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KBL 관계자는 “어느 팀에서든 안정적으로 녹아들고, 국내파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윌리엄스의 장점”이라며 “감독들의 주문을 이해·실행하는 능력도 좋아 KBL 11년차를 맞은 헤인즈처럼 구단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