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인도적 지원… 한국당, 대북정책 ‘평화 모드’로 선회

입력 2018-12-14 04:02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직접 당의 새로운 대북 정책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반도 경제발전협의체 구성과 이산가족의 남북 자유왕래 등을 담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Peace Initiative)’를 발표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했지만 그동안 대북 정책에 있어 강경 일변도에서 일부나마 평화지향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조건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화는 그냥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전쟁을 막을 여러 조건이 갖춰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평화는 안심할 수 있는 평화가 아니라 불안한 평화”라며 “애초에 감성적 민족주의와 희망적 사유에 바탕을 둔 비현실적 대북 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통한 ‘비핵평화’,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화합’, 남북이 함께 잘사는 ‘남북공영’을 3대 목표로 하는 한국당의 새로운 평화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특히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점 과제로 이산가족 자유왕래 추진, 북한 내 미상봉 사망자 추모공원 조성, 남북 방송 상호 개방 추진, 남북 산업 협력을 위한 한반도 경제발전협의체 구성,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유연한 접근 등 전향적인 내용들을 포함시켰다. 전 위원장은 “한국당은 선비핵화가 반드시 추진돼야 하고 이 개념은 북한 핵의 폐기를 필요로 한다”면서 “불가역적으로 비핵화가 이뤄졌을 경우 종전선언과 평화선언이 이어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단서를 달긴 했지만 종전선언과 평화선언 추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당 관계자는 “그동안 여권이 한국당을 반(反)평화세력으로 몰았는데 평화 이니셔티브는 이 기회에 ‘진짜 평화가 무엇이냐’에서 출발해 한국당이 나름대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청사진을 갖춘 대안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는 한국당의 잇따른 선거 패배에 대해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해 대북 강경 노선만 고수해 과거 한국당을 지지했던 중도·보수 유권자도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굳건한 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같이 담아 남북 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셈이다.

한국당은 당헌·당규에도 ‘평화’를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당헌 2조에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내용 때문에 안보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면서 “안보만으로는 통일을 만들어갈 수 없는 만큼 일부 내용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대북 정책 기조는 당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데 구성원과 협의도 없이 비대위원장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발하는 기류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아이노믹스’(경제정책 기조)나 ‘아이폴리틱스’(정치개혁 구상)에 이어 평화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중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투입된 외과의사가 수술은 안 하고 자꾸 엉뚱한 곳에 약을 놓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