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 인근에서 헬기로 추정되는 저속 비행체가 13일 남쪽으로 비행하는 항적이 식별돼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 지난 8일 북한군 헬기 2대로 추정되는 저속 비행체들이 남쪽으로 비행한 후 5일 만이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동계훈련 차원에서 헬기를 띄웠을 가능성 등 북측 의도를 분석 중이다.
북한의 저속 비행체는 이날 오전 11시쯤 개성 근처에서 이륙해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비행체가 전술조치선(TAL)으로 다가오자 우리 공군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TAL은 한·미 군 당국이 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20~50㎞ 북측 상공에 그어놓은 가상의 선으로, 북측 항공기 접근에 대비해 만든 것이다. 북한군 항공기가 이 선을 넘거나 접근할 경우 우리 전투기가 대응 출격한다.
이 비행체는 TAL을 넘어 비행했지만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서부 지역 MDL로부터 남북으로 총 20㎞ 구간(헬기 기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은 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군 소식통은 “저속 비행체는 비행금지구역까지 접근하지 않았고 인근 기지에 착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 공군은 매뉴얼에 따라 전투기를 대응 출격한 것”이라며 “남북 항공기가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은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북한군 헬기 2대로 추정되는 저속 비행체들이 비슷한 항로로 비행했다.
군 당국은 북한 비행체의 잇따른 남하 움직임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경제난 때문에 헬기를 자주 띄우기 어려운 북한의 이런 이례적인 비행은 최근 남북 간 분위기와 배치된다. 전날 북한군은 비무장지대(DMZ) 내 철수된 남북 감시초소(GP)에 대한 공동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북한군이 매년 12월 시작하는 동계훈련 계획에 따라 헬기가 뜬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북한군이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떠보려 했다는 관측도 있다. 북측 고위 인사의 군부대 시찰용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상황에 대해 “작전 사항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北 헬기’ 또 전술조치선 넘어 남하
입력 2018-12-13 19:27 수정 2018-12-13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