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 시한 촉박한데… 한국당 꿈쩍않고 민주당 미적대고

입력 2018-12-14 04:00
야 3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1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즉각 도입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장병완 평화당 원내내표. 뉴시스

선거제도 개혁이 ‘디테일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소수 야당 대표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을 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여야 모두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갖도록 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대의’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구와 비례 의석 조정, 의원정수 확대,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유불리 계산 등이 얽힌 복잡한 정치함수를 선뜻 나서서 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진도가 나가겠느냐 하는 불안감이 단식 농성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모든 상임위가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교섭단체 지도부의 의지가 실리지 않는 상임위 결정은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정개특위 논의에 더해 거대 양당의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심 위원장은 특히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주말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칙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제시해 달라”며 “원내대표의 첫 번째 숙제인 로텐더홀 농성을 정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여당인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불만이 크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민주당이 완전히 야 3당을 패스하고 거대 양당을 만들어 통과시켰듯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한국당을 설득해서 야 3당이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라고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반대를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기본 방향에 우리가 공감하고 있고 구체적 일정까지 제안했기 때문에 단식과 농성을 풀고 우선 정개특위를 가동해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는데, 야 3당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당을 설득해 합의를 해 오라’고 주장했다. 아무튼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선거제도 개혁의 마지노선은 내년 4월이다. 국회의원 선거일 1년 전까지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기한이다. 이달 안으로 여야 5당이 통일된 입장을 내고, 내년 2월 임시국회를 열어 개정안을 의결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국당은 당내 의견도 통일하지 못한 상태다. 수도권과 영남지역 의원들 간 입장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렀다가는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은 전멸하다시피 할 것”이라며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영남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많이 배출되는 반면 호남에서는 한국당 의원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한다.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 의견을 들어본 뒤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다.

현 상황에서 한국당을 움직일 수 있는 결정적 카드는 없다. 내년 4월까지 국회가 통일된 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루한 논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결국 2020년 총선 선거구 획정 시기가 임박해서야 논의가 굴러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심희정 이종선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