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위원장 교체 명단 발표라는 태풍의 눈이 자유한국당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친박(박근혜)·잔류파의 지원 속에 당선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의 등장이 막바지 변수로 떠올랐다. 나 원내대표는 현역의원 물갈이에 부정적 뜻을 표하면서 그간의 비상대책위원회 기류와 사실상 반대편에 섰다. 당협위원장 ‘살생부’가 나오면 한국당이 다시 계파 분열의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13일 취임 후 첫 비대위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적 쇄신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지금 시기가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의원 임기가 남았는데 인적 쇄신이 지나치면 대여 투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112명의 의원을 모시고 싸워야 한다. 군사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면서 “(의원) 숫자가 줄면 우리 당의 단일대오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에 현역의원을 넣는 일은 최소화하고, 본격적인 쇄신은 21대 총선 공천 심사 때로 미루자는 뜻이다.
반면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나중에 할 것은 나중에 하고, 지금 해야 할 것은 지금 해야 한다”며 “비대위원장으로서 가장 강력하게 요구받은 것이 인적 쇄신”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차 인적 쇄신은 이번에 하고 2차는 전당대회, 3차는 총선 공천, 4차는 국민 선택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협위원장 교체 규모, 쇄신 시기 등을 놓고 한국당 ‘투톱’ 간 인식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서 있는 지형이 다른 데서 비롯된 영향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비대위원장에 올라 당 혁신 작업을 주도해 왔다. 인적 쇄신 결과물은 곧 비대위 성패에 대한 평가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김 위원장의 지지 기반은 주로 비박계·복당파로 알려져 있다.
나 원내대표는 경선에서 복당파에 반감이 있는 친박·잔류파의 전폭적 응원을 받았다.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나경원의 압도적 승리는 우리와 손잡은 결과”라며 주장한다. 김 위원장과 나 원내대표 모두 이번 선거를 “탈계파주의의 승리”라고 자평했지만 당내 ‘물과 기름’ 같은 두 부류가 병존하는 상황은 엄연한 현실이다.
비대위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14일 두 달여간의 당협위원장 심사·교체 작업 경과를 언론에 설명할 계획이다. 4명의 외부위원들은 만장일치 방식으로 물갈이 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에게 최종 결과를 보고하는 시점이 당초 계획한 이번 주말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호일 이형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
김병준 물갈이 방침에 제동 건 나경원, ‘물과 기름’ 현실 확인
입력 2018-12-13 19:04 수정 2018-12-13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