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 잦아든 유제품 시장 ‘푸스펙 ’으로 돌파한다

입력 2018-12-17 04:00

직장인 김진아(34)씨는 동네 대형마트에서 우유와 치즈를 고를 때마다 영양정보를 꼼꼼히 살핀다. 4살배기 딸에게 가급적이면 ‘좋은’ 제품을 먹이고 싶어서다. 김씨는 16일 “조금 돈을 더 들여서라도 원유 함량도 높고 원산지도 믿을 만한 곳에서 만든 제품을 딸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음식 하나를 고를 때도 원산지·성분·열량·인증·재배 방법·생산 기술·신선도 등 ‘스펙’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먹거리를 선택할 때도 스펙을 따지는 ‘푸스펙’(Food+Spec)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유아 인구감소와 대체음료 확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유업계도 이런 추세를 감안해 푸스펙을 강조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달 세상에 없던 우유 두 번째 제품으로 ‘귤맛우유’(왼쪽 사진)를 출시했다. 귤맛우유는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의 상큼함을 구현한 제품으로 국내 최초로 귤을 사용해 만든 가공유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10월 5일간 저온숙성을 통해 치즈의 쫄깃한 식감은 살리고 합성보존료와 합성착색료 첨가하지 않은 ‘핑거스트링치즈’를 선보였다. 지난 5월에는 순수 원유 함유량이 100%임에도 일반 우유와 비교해 단백질과 칼슘은 각각 20%씩 높고 콜레스테롤과 지방은 40% 낮은 ‘맛있는 우유 GT 슈퍼밀크’(오른쪽)를 내놨다. 맛있는 우유 GT 슈퍼밀크는 출시 100일 만에 50만개 넘게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지난 3월 짜먹는 요구르트 ‘짜요짜요 플레인’을 출시했다. 짜요짜요 플레인은 서울우유의 1급A 원유만을 사용한 플레인 요구르트의 맛과 플레인 젤리가 함께 들어있는 제품이다. 성장기 어린이들을 위한 필수요소인 비타민A, 비타민D3, 칼슘, 아연 등이 함유돼 맛과 영양 모두 잡았다는 것이 서울우유협동조합 측 설명이다.

신선도 역시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를 잡아 국내 유업계가 포장에도 신경 쓰고 있다. 매일유업은 수십억원의 신규 설비 투자를 통해 지난 3월 뚜껑이 달린 ‘매일우유 후레쉬팩’을 출시했다. 공기층 없이 우유로만 빈틈없이 채웠고 외부 빛 투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두꺼운 3중 재질의 포장을 적용했다.

국내 유업계 상황은 좋지 않다. 흰우유 주소비층이던 영유아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며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997년 한사람당 31.5㎏까지 올랐던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2000년대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01년 31㎏이던 소비량은 지난해 26.6㎏으로 뚝 떨어졌다.

손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