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반발에… 카카오, 카풀 정식 서비스 연기

입력 2018-12-13 19:34 수정 2018-12-13 23:41
오는 17일로 예고됐던 카카오 카풀의 정식 서비스 출시가 연기됐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분신해 숨지는 등 택시업계의 반발이 극한으로 치닫자 카카오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카카오는 시범서비스를 운영하며 정식 서비스 출시 시점을 조율할 방침이다.

카카오의 교통 분야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13일 “택시업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카풀 정식 서비스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당초 카카오는 지난 7일 일부 제한된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서비스를 우선 개시한 뒤 17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모든 이용자가 카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카카오는 당분간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서비스만 운영한다.

택시업계의 벼랑 끝 반발이 서비스 연기에 결정타가 됐다. 한 택시 기사가 지난 10일 택시 안에서 카풀 도입에 항의하며 분신하자 택시 4단체는 오는 20일 국회 앞에서 끝장집회를 열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카카오와 택시업계 갈등은 카풀 서비스를 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카카오는 카풀을 택시의 승차거부나 불친절 문제를 완화하면서 택시 사업과 공존할 수 있는 보완 서비스라고 보고 있다. 반면 택시업계는 카풀이 택시 사업을 고사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카풀 서비스 완성도가 미흡하다는 점도 정식 출시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풀 시범서비스 이용자들은 ‘배차가 안 된다’ ‘요금이 들쑥날쑥하다’ ‘카풀 운전자가 불친절하다. 운전자를 못 믿겠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다만 카카오가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카카오는 카풀을 자체 모빌리티 사업의 거점으로 보고 투자를 집중해왔다. 택시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카카오 택시와 달리 카풀은 운행요금의 20%를 수수료로 받는 수익 사업이다. 전기자전거·드론 등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도 평가된다. ‘풀러스’와 ‘타다’ 등 경쟁사의 카풀 서비스가 이미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택시 4단체는 “서비스 철회가 아닌 연기는 택시업계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끝장투쟁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택시업계와 카카오 간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현재로선 어렵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환 신재희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