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中 “제조 2025 수정안 낼 것”… 美는 공세 고삐 ‘바짝’

입력 2018-12-13 19:38
멍완저우(오른쪽)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2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보호관찰관 접견을 위해 경호원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중국이 한때 중단됐던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을 재개하고 자동차관세 인하, 지식재산권 침해 단속뿐 아니라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수정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최대한 몸을 낮춰 소나기는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러나 중국의 ‘기술 도둑질’을 계속 비난하며 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한 캐나다는 중국의 분풀이 대상으로 전락했다.

중국은 미·중 무역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된 ‘중국제조 2025’를 새로 수정하거나 속도 조절에 나설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에 명시된 중국산 시장점유율 목표치를 낮추고 외국 기업들의 참여를 더 많이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 초에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제조 2025는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의약 기술·물질, 로봇, 통신장비,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핵심 기술·부품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90일 휴전’ 합의 이후 처음으로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영기업이 지난 24시간 동안 최대 200만t의 미국산 대두를 사들였다고 13일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대두 수출물량의 약 60%, 금액으로 120억 달러어치를 수입한 최대 수입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산 콩 구매와 함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0%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단속 수위도 높이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최근 인민은행, 국가지식재산권국, 최고법원 등 38개 정부기관과 공동으로 지식재산권 종합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지식재산권 법규를 위반하면 정부의 자금지원이 금지되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불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은 그러나 ‘중국제조 2025’ 추진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술 절취’와 ‘기술이전 강요’ 등 불공정 행위를 집중 비난하는 등 대중 압박 수위를 낮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반대하는 건 그들의 첨단기술이 아니라 기술 기밀을 훔치거나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중국이 ‘제조 2025’를 많이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그걸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중국이 서방의 통행규칙을 따르도록 하는 강제이행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한 캐나다는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았다. 중국은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한 미국에는 저자세를 유지하는 대신 캐나다에는 대놓고 보복을 하며 분풀이를 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캐나다 외교관 출신인 마이클 코프릭을 중국 국가안보 훼손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캐나다 대북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도 같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스페이버가 지난 10일 랴오닝성 단둥에서 체포돼 단둥시 국가안전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캐나다 대북교류단체 ‘백두문화교류사’ 대표인 스페이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면한 적이 있고,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도 주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에서 일하는 코프릭도 지난 10일 체포돼 베이징시 국가안전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잇따른 캐나다인 체포는 멍 부회장을 체포한 데 따른 보복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