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내년 경기 한파 몰아칠까 허리띠 ‘질끈’

입력 2018-12-14 04:01

경기 불황을 우려한 국내 기업들이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부채비율이 줄었지만, 기업이 설비투자 대신 돈을 쌓아놓기 때문이다. 두 반도체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의존하는 ‘쏠림 현상’도 여전하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외부감사 대상 법인(3333개)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7.4%)보다 소폭 상승한 7.6%였다. 대상 기업들 가운데 제조업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9.7%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제조업의 좋은 성적표는 기계·전기전자 업종(18.3%)이 주도했다. 반도체와 OLED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전년 동기(14.2%)보다 더 치솟았다.

하지만 다른 업종의 표정은 어둡다. 자동차와 조선 등 운송장비 영업이익률은 1년 전(1.2%)보다도 0.4% 포인트 떨어진 0.8%에 그쳤다. 이익률이 0%대에 진입한 것이다. 비제조업의 영업이익률도 4.4%로 전년 동기(5.1%)보다 낮아졌다.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증가율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체 매출액 증가율은 3.5%로 올해 2분기(4.8%)보다 1.3% 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6.2%로 지난해 동기(15.9%) 대비 절반 이상 낮아졌고, 비제조업은 -0.4%를 기록했다.

‘반도체 쏠림 현상’을 제거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5%, 영업이익률은 5.0%까지 낮아진다. 제조업 분야로 봐도 두 기업을 빼면 매출액 증가율은 4.8%에 그친다. 영업이익률은 5.4%로 주저앉는다. 한은 관계자는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전체 산업의 수익성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3333개 기업의 올해 3분기 부채비율은 83.0%로 전 분기(83.9%)보다 소폭 내렸다. 2015년 조사 때 100%대였던 부채비율은 2016년 들어 90%대, 올해 83~85% 수준까지 낮아졌다.

부채비율 축소를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익성에 신경을 쓰면서 매출은 줄어들어도 이익률은 유지하는 추세”라며 “이렇게 벌어들인 이익이 투자로 가지 않고 잉여금으로 쌓이면서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면서 금융 부담을 보여주는 차입금 의존도도 20.3%로 2분기(20.5%)보다 감소했다. 투자를 위해 외부 자금을 끌어다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나마 투자 여력을 유지하는 곳은 기계·전기전자 업종에 불과하다. 한은은 “반도체 분야는 내년 이후를 보며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는 주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