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안전장치를 만든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뜯어고친다.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결정 구조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은 사용자 측 9명, 노동자 측 9명, 공익위원 9명이다. 서로 합의하면 좋지만 입장 차이를 좁힌 적은 거의 없다. 늘 사용자 측이나 노동자 측 위원이 불참한 채로 표결을 했다. 결국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트’를 쥔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아닌 ‘정부 입맛’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돼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프랑스처럼 아예 ‘최저임금 결정 공식’을 법에 넣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13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 안에 일종의 ‘구간설정위원회’를 두고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하는 식의 구조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간설정위원회란 노사 협의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개의 인상안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는 조직이다. 전문가 그룹이 합리적인 선에서 인상안을 만들면 지난해, 올해 같은 급격한 인상폭(각각 16.4%, 10.9%)이 나오기 쉽지 않다. 구간설정위원회 신설은 일종의 중재 방안이다. 매년 최저임금 동결을 외치는 사용자 측과 대폭 상승을 요구하는 노동자 측이 입장을 좁히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의 최저임금제 개편 선언은 그만큼 최저임금 결정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논의는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순간부터 개시된다. 최저임금위는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마련한다. 논의에는 27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 9명, 경영자 측 대표인 사용자위원 9명, 양대 노총 대표자를 포함한 노동자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매번 심의 막판이면 밤샘 회의를 진행하다 투표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사회적 합의’와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위는 1988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32회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합의를 거친 사례는 7차례뿐이다. 25회는 모두 표결로 인상폭을 결정했다. 그나마도 위원 전원이 참석한 것은 8회에 그친다. 17회는 사용자·노동자위원 중 한 쪽이 전원 불참한 상황에서 표결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한쪽 입장만 반영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표결이 가능한 이유는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이라는 원칙에 있다.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해도 공익위원과 노동자위원만 전원 참석하면 표결이 가능하다.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이 제동을 걸 수는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익위원 임명 권한은 정부가 갖는다. 정부의 의중이 공익위원 의견에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고용부가 검토 중인 안을 아예 명문화하자고 지적한다. 프랑스처럼 최저임금 결정 공식을 법에 명시하자는 주장이다. 프랑스에서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소비자 물가지수와 노동자 구매력상승률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계산식을 법제화하는 방식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2020년 최저임금 결정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안에 법 개정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정부 입맛 따라 춤추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 손본다는데…
입력 2018-12-1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