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율 3년 만에 27%서 4%로… 칠성고의 금연 성공기

입력 2018-12-14 04:00

3학년 학생 4명 중 1명이 담배를 피던 대구 칠성고가 학생들의 주도적 노력으로 3년 만에 전교생 흡연율을 4%대로 떨어뜨렸다. 남자 고등학교인 칠성고 학생들의 흡연 실태는 몇 년 전까지 심각했다. 흡연 학생들은 주로 학교 주변 주택가에서 삼삼오오 무리지어 담배를 폈다. 교사들이 일일이 쫓아다니며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변화를 일으킨 건 담배를 피우지 않던 학생들이었다. 학교 주변 안전도우미로 지원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흡연 모습을 보고는 흡연 예방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학교에 건의했다. 학교가 이를 받아들여 학생으로 구성된 금연도우미 활동이 시작됐다.

칠성고 금연도우미 16명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조를 짜 학교 밖을 순찰했다.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 학교 최홍일 교사는 “새로운 친구가 됨으로써 흡연 학생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우미 학생들은 학교 주변 담배 판매처를 다니며 담배를 팔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였다.

금연도우미 학생들은 흡연 학생 명단을 만드는 일도 도왔다. 학교는 이들을 무조건 혼내기보다 매일 이산화탄소 검사를 실시했다. 금연에 성공하면 격려 행사를 열어 상을 줬다. 대학생 멘토와 보건소 담당자를 불러 금연교실을 운영했다. 부모가 아이의 금연 멘토가 되도록 ‘가족사랑 인문학 기행’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그 결과 학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던 흡연학생 무리가 점차 사라졌다. 2015년 26.9%이던 3학년 흡연율이 올해 전교생 기준 4.2%로 크게 낮아졌다. 최 교사는 “금연 이후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게 중요한데 많은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안착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흡연 학생이 줄자 지역사회에서 학교 이미지가 좋아졌다. 그동안 ‘담배 연기에 못 살겠다’던 민원이 크게 줄어 학교 선호도가 높아졌다. 학생들의 일탈 행동도 줄어 칠성고는 ‘학교폭력 없는 학교’로 표창을 받았다. 교사와 학생 간 마찰이 줄어들면서 체벌 없는 학교 문화도 조성됐다. 칠성고는 13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열린 ‘2018년 학교흡연예방사업 성과대회’에서 학교흡연예방 우수학교 20곳 중 한 곳에 선정됐다.

청소년 흡연율은 점차 낮아졌다가 최근 다시 오르는 추세여서 걱정된다는 의견이 많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청소년 흡연율은 6.3%에서 6.4%, 6.7%까지 조금씩 오르고 있다. 특히 남학생 흡연율이 매년 0.1%포인트씩 줄고 있는 것과 달리 여학생 흡연율은 2.7%에서 3.1%, 3.7%로 눈에 띄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흡연율 조사에서 여성이 흡연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있어 실제 여학생 흡연율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본다. 질병관리본부는 청소년 흡연 실태를 근본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내년부터 ‘청소년건강특별조사’를 실시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