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교회 고유의 문화 ‘치리권’ 무시

입력 2018-12-14 00:00

목사안수를 받은 목사가 또다시 안수받는 일은 없다. 소명받은 목사는 사람이 세우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시기 때문이다. 목사안수는 하나님의 강력한 부르심, 기름 부으심이 있는 영광스러운 1회적 사건이다. 교단을 옮길 때마다 목사안수를 다시 받게 하는 교단이 있다면 이단이다. 정통교회의 제도와 교리상 재(再)안수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와 노회의 결정을 뒤엎고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가 재안수를 받는 ‘멤버십 과정’을 선택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986년 미국장로교(PCA)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오 목사가 사랑의교회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2002년 3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밟은 과정이 전도사들이 목사안수를 받기 위한 일반편입 과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총신대는 예장합동의 위탁을 받아 2002년 신학대학원 연구과정이라는 이름의 비학위 ‘멤버십’ 과정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2개 과정(편목편입과정, 일반편입과정)이 있었는데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운용하고 같은 졸업장을 발급했다. 편목편입과정은 말 그대로 ‘A교단 목사→예장합동 목사’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반면 일반편입과정은 목사안수를 받지 않은 전도사가 강도사를 거쳐 목사안수를 받는 코스다(표 참조).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라는 대형교회를 담임하던 오 목사는 사랑의교회로 목회지를 옮기며 굳이 전도사와 강도사로 신분을 낮춘 뒤 목사안수를 다시 받을 이유가 없었다. 3년이라는 교육기간은 둘째 치고 재안수 자체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노회와 총회는 “오 목사가 총신대 편목과정을 거쳤다”는 증명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총신대도 “오 목사는 타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았기 때문에 일반편입 과정에 응시할 자격이 없었다”는 서류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오 목사 반대파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오 목사가 PCA 목사 자격으로 편목과정에 편입한 게 아니라 목사후보생 자격으로 일반편입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목사 고시에 합격해 목사안수를 받지 않았으므로 교단 헌법이 정하는 목사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미국 목사인 것은 맞지만 한국 목사 신분은 아니라는 말이다. 파기환송심도 대법원의 논리를 그대로 따랐다.

서울 강남에서 목회하는 A목사는 “15년 전만 해도 비학위과정인 편목과정이 허술하게 운용됐는데 ‘훗날 별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면서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교회의 심사권을 법정에 맡기게 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